그래픽=한성호 기자 sungho@hankyung.com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1분기에 부진한 실적을 올렸다. 하지만 앞으로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남겼다.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1% 늘어난 1조6000억원, 영업이익은 24.2% 감소한 1401억원을 거뒀다. 1분기 영업이익은 실적발표 전 시장 추정치(1620억원)를 밑돌았다.
독일 타이어 유통점인 라이펜뮬러 인수효과를 제외하면 기존 사업부의 매출은 2.8%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역별로는 북미(5.6% 증가)를 제외한 모든 지역 매출이 쪼그라들었다. 한국이 3.6%, 유럽 12.1%, 중국이 13.9% 줄어 부진한 업황이 지속됐다.
그러나 1분기를 기점으로 실적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보는 이유로는 미국에서 예상보다 양호한 실적을 냈다는 점을 첫손가락에 꼽을 수 있다. 올해 제품마진이 가장 크게 개선될 수 있는 지역이 미국이다.
미국은 지난해까지 현지 법인의 적자폭이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다. 적자가 지속되는 기간도 길었다. 지속적으로 ‘발목’을 잡았던 테네시 공장이 당초 올해 2분기에나 손익분기점(BEP)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3월에 BEP를 조기 돌파하면서 실적 개선 기대를 키웠다. 신규 거래처 확보와 운영 최적화가 예상보다 빨랐던 BEP 돌파의 핵심원인이다.
2분기에는 중국 시장에서의 반전이 시작될 것으로 기대된다. 1분기에는 중국에서의 신차 수요가 11.0% 급감하면서 신차용 타이어(OE) 판매가 극히 부진할 수밖에 없었다. 중국에선 지난해 하반기에 글로벌 타이어 수요를 위축시킨 미·중 무역갈등 여파가 지속되고 있다.
‘쇼크’ 수준으로 자동차 판매가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자 중국 정부는 지난 4월부터 부가가치세 인하, 지방 보조금 지급 등 다양한 부양책을 시행하고 있다. 신차 수요는 2분기부터 점진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올해 3분기부터 실적 개선에 본격 드라이브가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2016년에 사상 최대 규모인 연간 영업이익 1조1000억원을 달성했다. 이후 2년간 실적 부진에 시달렸다. 글로벌 타이어 업황 둔화와 신규 공장(테네시)의 램프업(생산량 확대) 지연 등 악재가 겹쳤다.
이에 따라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올해 종전과 다른 궤도의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라이펜 뮬러 인수를 통한 성장전략과 자체 유통망에서 경쟁 브랜드를 판매하는 멀티 브랜드 전략이 대표적이다. 중·장기적으로 기대해볼 만한 전략적 변화라고 판단한다.
글로벌 타이어 업체들은 밸류체인(가치사슬) 확장을 위해 유통망 확보에 적극적이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도 이런 흐름에 발맞춰 호주 최대의 유통점 작스 타이어스를 인수한 데 이어 독일 라이펜 뮬러까지 사들였다. 다른 소매업의 경우 온라인 쪽으로 무게중심이 확 이동하면서 오프라인 유통망 확장에 소극적이다. 그러나 타이어산업은 구조적인 몇가지 특징 때문에 오프라인 유통시장이 여전히 활발하다.
멀티 브랜드 전략도 시의적절했다. 과거에는 자사 브랜드만 판매하는 전략이 먹혔지만, 최근에는 소비자가 다양한 브랜드를 한 곳에서 경험하고 비교해보는 트렌드가 정착됐다. 경쟁 브랜드를 판매하더라도 매장에 고객을 유입시키는 멀티 브랜드 전략이 장기적으로 유리할 것으로 본다.
현시점에서 주가도 매력적이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올해 실적기준 주가수익비율(PER:주가/주당순이익)은 9.0배, 12개월 선행 PER은 7.1배로 역사적 저점에 가깝다. 글로벌 상위 업체들의 평균(10~11배)보다 낮다.
1분기에 미국을 시작으로 2, 3분기에 각각 중국과 유럽에서 수요가 회복된다면 매분기 점진적인 실적 개선이 가능하다. 저가매력과 실적 개선이 동시에 부각받을 수 있는 시점이다.
yjjung86@shinh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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