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평균 연봉이 9100만원에 이르는 국민은행 노동조합이 월 통상임금의 300%를 성과급으로 달라며 총파업을 벌인 것을 계기로 ‘은행권 돈잔치’ 논란이 커지고 있다. 10억원을 웃도는 은행 최고경영자(CEO)의 보수도 지나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이익 대부분이 ‘이자 장사’에서 발생하는 만큼 고액 연봉을 받는 것은 곤란하다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은행들은 규모에 비해 이익이 크지 않고 외국 은행과 비교하면 성과급도 많지 않다고 항변한다.
지난해 이익을 대폭 늘린 시중은행은 직원들에게 기본급 대비 200~300%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할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말 기본급의 200%에 해당하는 성과급을 현금으로 조기 지급한 데 이어 오는 3월 기본급 100% 수준인 우리사주를 배분할 계획이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기본급의 300%를 성과급으로 받게 됐다. 국민은행 노사는 통상임금의 30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협상 중이다.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3월 회계연도 순이익이 확정되는 대로 성과급 규모를 정할 계획이다. 지난해 각각 기본급의 248%, 200%를 받은 것을 감안하면 올해도 최소한 이 정도가 될 것으로 금융계는 보고 있다.
이런 상황을 두고 일각에선 은행권 돈잔치가 과도하다는 비판이 거세다. 지난해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은행들이 손쉬운 이자 장사로 실적을 올려놓고 곶감만 빼먹는다는 지적이 대부분이다. 국내은행 총이익에서 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은 87%에 달한다. 이를 자체적인 노력을 통한 성과로 볼 수 있느냐는 얘기다.
반면 은행들은 성과급이 실적에 따른 보상이기 때문에 마땅하다는 논리다. 은행들은 대부분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국민은행이 2조793억원, 신한은행이 1조9165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2010년, 2011년 이후 최대다. 우리은행(1조7972억원)과 KEB하나은행(1조7576억원)도 역대 최대 실적을 세웠다. 이자이익이 많은 것은 수수료 등을 정부가 규제해 어쩔 수 없다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금융지주 회장 및 은행장들의 연봉을 둘러싸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지난해 상반기 급여 4억원에 상여 9억5100만원을 더해 총 13억5100만원을 받았다. 같은 기간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7억4800만원), 허인 국민은행장(8억7500만원), 함영주 KEB하나은행장(7억2500만원)도 고액 보수자로 꼽혔다. 이들은 실적이 좋은 해엔 20억원 안팎의 연봉을 받기도 했다. 은행 관계자들은 “자산 확대 및 리스크 관리 등에 대한 CEO들의 노력도 평가받아야 한다”며 “금융사 회장 또는 행장이 연봉으로 200억원까지 받는 미국과는 비교가 안 된다”고 반박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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