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 4번째 확진…金겹살 현실화될까 / 사진=연합뉴스
국내에서 네 번째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진 판정이 나오면서 돼지고기 가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진정세를 나타내던 돼지고기 도매가격이 다시 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처음 발생한 경기도 파주에서 24일 또 확진 판정이 났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전날 의심 신고가 들어온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자장리 양돈 농가가 이날 오전 4시경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17일 아프리카돼지열병이 국내에 상륙한 지 일주일여 만에 네 번째 발병이다.
돼지고기 도매가격은 첫 일시 이동중지명령 여파로 단기 급등했으나 다소 진정된 상태다. 축산유통종합정보 사이트에 따르면 23일 제주를 제외한 전국 도매시장에서 탕박 기준 돼지고기 평균(등외제외) 경매 가격은 kg당 4824원을 기록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병하기 전날인 16일 4403원이던 돼지고기 경매가는 17일 발병으로 일시 이동중지명령이 내려지면서 18일 6201원으로 치솟았다.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이자 2015년 7월25일(6283원) 이후 약 4년 만에 최고치다.
이후 단기적으로 수급에 큰 무리가 없을 것이란 관측과 함께 경매가는 안정세를 나타냈다. 이동중지명령이 해제된 19일 5828원으로 하락했고, 20일에는 5017원으로 떨어졌다. 23일에는 4000원대로 되돌아왔다.
그러나 또다시 돼지 이동중지명령이 내려진 상황에서 네 번째 확진 판정이 나온 만큼 출하 중단에 따른 경매가 상승이 불가피할 것이란 게 관련 업계의 관측이다. 앞서 농림축산식품부는 23일 경기도 김포시에서 세번째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병하자 그날 오후 7시30분부터 48시간 동안 경기 인천 강원지역의 돼지농장·도축장·사료공장·출입차량 등을 대상으로 일시 이동중지 명령을 내렸다.
대형마트의 경우 1∼2주일 정도의 물량을 확보하고 있어 도매가 상승이 바로 소매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면 여파가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잠복기를 거치면서 확진 사례가 잇따르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된다면 돼지고기 소매가에도 악영향이 미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인기 부위인 삼겹살 가격은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전보다 소폭 오른 상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 공시에 따르면 국산 냉장 삼겹살 평균가격은 100g(중품 기준)당 2109원을 기록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전인 16일 소매가(2013원)보다 4.76% 올랐다. 다만 1년 전 가격(2130원)과 평년(2146원)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삼겹살 가격은 일시 이동중지명령으로 19일 2103원까지 상승했고, 20일 2092원으로 주춤했으나 다시 상승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해외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사태가 장기화된 사례 등을 고려하면 국내 역시 돼지고기 가격 상승과 소비심리 위축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한다. 실제 중국의 경우 지난해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이후 돼지고기 가격이 40% 넘게 급등했다. 국내에서도 2010~2011년 대규모 구제역 발생 당시 돼지고기 가격이 크게 뛴 바 있다.
윤혁진 SK증권 연구원은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정도가 심각할 경우, 돼지 공급 부족으로 국내 돼지고기 가격이 강세를 나타낼 것"이라며 "원종돈(씨돼지)에서 비육돈(소비자용)까지 기르는데 약 3년이 걸리기 때문에 공급 차질이 해소되려면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통업계에서는 긴장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대형마트 3사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보통 대형마트 가격은 목요일에 정해져서 그 다음주 수요일까지 이어진다"며 "다음주 가격은 내일 밤 정해지는 만큼 아직 확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분위기를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현재 비축돼 있는 물량으로 영업 중이기에 판매가 변동은 없고 물량 수급에도 차질을 빚는 상황은 아니다"면서도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수입돈육 상품을 확대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정민/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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