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샤바, 2월5일 (로이터) - 폴란드 신정부가 4일 지난 2010년 레흐 카친스키 전 대통령이 러시아에서 비행기 추락으로 사망한 사고와 관련, 재조사를 시작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이미 불안한 상태인 폴란드와 러시아 관계를 더욱 경색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전 폴란드 정부는 당시 사고 원인을 조종사 과실로 결론 내렸으나 지난 해 10월 총선에서 승리한 ‘법과 질서당(the Law and Justice party: PiS)'은 비행기 추락이 기내 폭발 때문일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PiS는 카친스키의 쌍둥이 형제 야로슬라프가 이끌고 있다.
안토니 마시에레비츠 폴란드 국방장관은 재조사 발표 석상에서 당시 비행기가 추락 전 상공에서 ‘산산조각' 났다면서 폭발이 원인일 수 있음을 시사했다.
PiS는 러시아가 대통령의 사망을 배후 조종했다고 말한 적은 없다. 그러나 PiS 는 러시아가 비행기 추락으로 이득을 보았다고 말하면서 정치적 논란을 초래했다. 당시 기내에는 대통령 외에 중앙은행장, 군 고위층 및 다수의 의회 의원들이 탑승하고 있었다.
PiS는 또 러시아 정부가 조사를 지연시키고 블랙박스와 사고기 잔해 등 증거물을 인도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자체 조사가 끝날 때 까지 증거물을 인도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마리아 자카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폴란드의 조사재개 결정에 대해 "그럴 가능성은 적지만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폴란드는 동 우크라이나 내 친 러시아 분리주의자들에 대한 러시아의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서방 동맹국들과 공동 보조를 취해 왔다. 러시아가 이들 반군을 지원하고 있다는 것.
추락 사고는 스탈린 시대 비밀 경찰이 22,000여명의 폴란드 군장교와 지식인을 처형한 장소에서 가까운 서 러시아 스몰렌스크 인근에서 발생했다. 러시아는 수 십년 간 동 대량 학살을 나치 독일의 소행이라고 주장해 왔다.
동 학살은 폴란드에게 소비에트 치하의 고난의 상징으로 레흐 카친스키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가던 중이었다.
그의 쌍둥이 형제 야로슬라프는 또 당시 총리였던 현 유럽연합 상임의장 도날드 투스크가 직무 태만으로 추락사고에 간접적인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전 정권은 조사 결과 투스크의 직무태만 증거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올해 초 폴란드 법원은 일부 희생자 가족이 제기한 투스크의 전 비서실장 및 보좌관들에 대한 소송의 취하를 거부했다. (빅토르 스자리 기자; 번역 최정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