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년간 이어진 암호화폐 침체기가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옥석을 가리는 기회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시장 침체기를 버티며 기술력과 사용자 기반을 갖춘 튼실한 프로젝트들이 성장하며 블록체인 산업이 제2의 벤처붐을 이끌 수 있는 체력을 갖췄다는 것이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규모 사용자 기반을 갖췄거나, 일반 사용자들이 익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결제 같은 분야에서 성장기반을 갖춘 프로젝트들이 올해 잇따라 사업공개에 나서고 있다. 암호화폐 활황기에 사업계획서만 들고 투자금을 모으던 허울뿐이었던 프로젝트들이 침체기를 견디지 못하고 사라진 자리에 단단하게 땅을 다져왔던 양질의 프로젝트들이 결실을 맺을 채비를 마쳤다는 것이다.
최근 블록체인 투자를 주도하고 있는 투자업체 대표들은 일제히 “올들어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숫자는 줄어들었지만 질이 매우 높아졌다”며 “투자상담을 하는 프로젝트 중 성공 가능성이 점쳐지는 프로젝트가 대부분”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면서 “지난해까지 하루 50여개 넘는 프로젝트들이 투자문의를 했왔지만 대부분 깊이 들여다볼 가치도 없는 사업들이었는데 올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덧붙인다.
특히 삼성전자, 페이스북, LG CNS 등 글로벌 대기업들이 잇따라 블록체인 기술기업에 대한 러브콜을 보내면서 사업성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 S10’에 사용자의 개인 암호키를 보관할 수 있는 ‘블록체인 키스토어’와 ‘월렛’ 등을 탑재했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곧바로 스마트폰과 제휴된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 어플리케이션(Dapp, 디앱)에 접속, 암호화폐로 결제할 수 있게 됐다.
블록체인 전문 창업초기기업(스타트업) 체인파트너스는 지난달 발간한 ‘글로벌 ICT 기업이 이끄는 블록체인 대중화’라는 보고서에서 “인터넷과 모바일을 장악한 글로벌 ICT 기업들이 블록체인 사업에 본격 나선다면 순식간에 판이 바뀔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엔터테인먼트부터 전자상거래까지…사용자 기반 갖춘 블록체인, 성공예감 높인다
블록체인 투자업체 디블락 오현석 대표는 “2019년 현재 블록체인 사업의 성공 키워드 중 하나는 기존 사용자 기반이 있는 사업에 블록체인·암호화폐를 결합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가운데 약 400만 명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국내 대표 동영상 플랫폼인 왓챠는 지난해 7월 ‘콘텐츠 프로토콜’을 설립, 본격적으로 블록체인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플랫폼 기업이 사용자 연령, 시청습관 같은 데이터를 독점하는 것에 반기를 들고, 사용자가 직접 자신의 데이터를 콘텐츠 창작자에게 판매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왓챠의 자체 암호화폐로 보상을 받고, 제작자는 콘텐츠 생산을 위한 폭넓은 데이터 확보가 가능해진다.
전자상거래 기업 티몬의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 결제 프로젝트인 ‘테라’도 메인넷을 공개하고 본격 서비스를 시작한다. 테라는 지난 24일 자체 메인넷인 ‘콜럼버스’를 출시했다. 콜럼버스 위에 블록체인 서비스가 올라가고, 스테이블코인(가치안정암호화폐)인 ‘테라’가 기본통화로 사용되는 식이다.
테라를 통한 결제가 이뤄질 경우, 각 쇼핑몰은 은행이나 카드사같은 중개인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다. 이때, 절약한 결제금액만큼 할인쿠폰 같은 여러 유인들이 소비자에게 제공된다. 테라는 올 2분기 안에 티몬, 배달의 민족, 큐텐 등 여러 쇼핑몰에서 테라를 통한 결제를 가능케 한다는 방침이다.
■병원·대학·행정기관 등도 블록체인 러브콜…”블록체인으로 시스템 효율성 증대한다”
지난해, 농림부와 농심NSD가 실시한 ‘축산물 이력제’ 블록체인 시범사업 방안블록체인 헬스케어 창업초기기업(스타트업) 메디블록은 최근 경희치과종합검진센터에 자체 전자의무기록(EMR) 시스템을 도입했다. 해당 EMR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환자 의료정보 기록 및 분석 서비스로, 추후 여러 병원과 기관으로 확대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환자가 직접 주체가 돼 자신의 의료정보를 관리하고, 다른 병원으로 공유할 수 있어 번거로운 진료 절차를 생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학가에도 블록체인 연구가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중앙대, 한양대, 고려대 등이 교내 블록체인 연구센터를 마련, 블록체인 전문가 양성과 기술 사업화에 매진하는 모습이다. 대학들은 블록체인 기업과도 적극적으로 산학협력을 체결, 행정업무 및 신원인증 전반을 간소화하는 ‘스마트 캠퍼스’ 구축에 앞장서고 있다. 최근 충북대학교는 블록체인 전문 기업 글로스퍼와 산학협력 협약을 맺기도 했다.
블록체인 기술은 정부 유통시스템 개선에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농심NDS는 지난해 과학기술부가 주관하는 ‘2018 블록체인 시범사업’에 선정, 농림부와 함께 ‘축산물 이력제’ 시범사업에 착수했다. 지난해 말, 시스템 구축을 완료하고 올초부터 전북지역의 축산농가와 도축장 등에서 실제 운영되고 있다. 가축 사육단계부터 판매까지 모든 정보를 블록체인에 기록, 관리함으로써 축산물에 대한 위생과 안전문제에 신속히 대응하고 유통시스템 전반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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