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저금리 상황이 장기화되고 있지만 국내 은행의 대출 금리는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대출 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도 은행 예금 금리는 그대로 유지되면서 "금융당국이 은행 배만 불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한·우리·국민·하나·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이날 기준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연 0.7%로 나타났다. 지난 9월 0.9%에서 10월 0.7%로 떨어진 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은행들은 올 들어 예금 금리를 세 차례 낮췄다. 기준금리가 조정된 3월, 5월과 대출 금리가 오른 10월이다. 은행들은 코로나19 여파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낮추자 두 차례에 걸쳐 예금 금리를 0.7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이후 5개월 간 금리를 유지하다가 지난 10월 0.2%포인트 또다시 낮췄다. 신용대출 조이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점이다.
은행들이 지난 10월 예금 금리를 낮춘 건 수익성 악화를 우려한 조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 금리 상승은 대출 잔액 축소로 이어지고, 결국 이자 수익 감소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며 "예금 금리를 낮추거나 그대로 유지해 수익을 보전하는 것"이라고 했다.
금융당국이 적극적인 대출 조이기에 나섰지만 신용대출 증가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5대 은행의 지난달 신용대출 잔액 증가폭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등 대출 수요는 계속되는 모습이다.
11월 말 기준 5대 은행 신용대출 잔액은 133조 6925억원으로 10월 대비 4조8494억원 늘었다. 지난 8월에 세운 최대 증가폭(4조755억원)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당분간 신용대출 증가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은행들이 예금 금리 인상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짧은 기간이나마 추가 이득을 취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대출 금리를 올린 후 기간을 두고 예금 금리를 천천히 올리면서 짧은 기간이나마 마진을 챙긴다는 것이다.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를 산출하는 방식이 달라 직접 비교하는 건 무리라는 반박도 있다. 실제 예금 금리는 기준금리를 기준으로 하는 반면 대출 금리는 금융채나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를 기초로 한다.
시중은행 한 임원은 "대출 금리는 정부 정책 등이 반영되는 만큼 은행 마음대로 정할 수 없다"며 "대출 금리가 올랐다고 예금 금리가 무조건 올라야하는 건 아니다. 은행의 수익 전략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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