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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썰쩐]"가치투자 7년 만에 치과의사 40년 소득 벌었다"

입력: 2019- 05- 29- 오후 06:06
© Reuters.

"가치투자자가 된 7년 동안 치과의사로 40년간 벌 수 있는 소득을 벌었습니다. 덕분에 경제적 자유로 은퇴시기도 앞당길 수 있었습니다."

치과의사의 연봉이 2억원 정도라는 것을 생각하면 80억원 이상의 자산가다. 전업투자자 김영우(43) 씨는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자신이 파이어(FIRE·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족의 꿈을 이룬 이야기를 했다. 파이어족은 경제적 자립을 토대로 조기 은퇴를 꿈꾸는 사람들을 말한다.

치과의사였던 김씨는 2016년 운영하던 치과를 그만두고 전업투자자가 됐다.

대학을 졸업한 김씨는 공중보건의 과정을 마치고 페이 닥터(월급제 의사)로 짧게 일했다. 그리고 빚을 내서 29살에 치과를 개업했다. 넉넉하지 않은 집안 환경이었던 만큼 빨리 돈을 벌어야 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개업 초기엔 야간 진료까지 했다. 아침 10시부터 밤 8~9시까지 근무했다. 하루에 40~50명의 환자를 치료했다.

그는 "치과의사가 겉으로 보기엔 안정적이고 부러운 직업일 수 있겠지만, 생각보다 스트레스가 심하다"며 "계속 고개를 숙이고 환자들을 치료하는 일이기 때문에 체력이 많이 떨어지는 직업"이라고 했다.

9년간 치과의사로 일하며 개업하면서 낸 빚을 갚았다. 여유자금이 생기자 투자로 눈을 돌렸다. 고생해서 번 돈을 잃을 수 없다는 생각에 적금이나 채권 등에만 투자했다. 주변에 주식으로 망한 사람들이 많아 주식은 위험하다는 생각이 컸다.

그는 "야간진료까지 해서 힘들게 번 돈이라 절대로 잃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다"며 "원금을 잃지 않는 전환사채나 교환사채, 공모주, 실권주 등 차익거래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투자를 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다 채권 투자에서 쓴 맛을 봤다. 2009년 11월 대한해운 교환사채(EB)를 사들이면서다. 교환사채는 일정 기간 이후 미리 정해놓은 가격에 주식을 취득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회사채다. 이자에다가, 기업의 주가가 행사가격보다 상승하면 주식으로 교환해 추가 차익도 올릴 수 있다.

당시 발행된 교환사채는 400억 규모였다. 만기보장수익률인 발행수익율은 6.5%였으며, 연이자를 뜻하는 표면금리는 3.5%였다. 대한해운은 큰 회사고 채권이니 위험하지 않겠다는 생각에서 접근했다. 채권 투자를 많이 해봤던 터라 투자금도 평소보다 더 키웠다.

하지만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대한해운은 2011년 1월 법원에 회생절차 개시신청을 냈다. 유상증자를 실시한 지 불과 40여일 만이었다.

대한해운은 2011년 2월15일 회생절차를 개시를 공시하면서 16일부터 21일까지 4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이어갔다. 2010년 초 4만250원이었던 주가는 2011년 8210원(3월3일 종가 기준)까지 고꾸라졌다. 79.60%나 폭락했다. 김 씨가 보유했던 교환사채 행사가격인 4만원대의 20% 수준까지 빠진 것이다.

김 씨는 "채권은 주식보다 대체로 안전하겠다는 안일한 생각에 기업 분석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종목 자체가 부실한 경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개인이 접근할 수 있는 회사채는 정크본드가 대부분으로, 주식투자보다 위험할 수 있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고 회상했다. 원금의 30% 정도를 5년에 걸쳐서야 회수할 수 있었다.

대한해운 사태를 겪은 뒤 그는 생각을 달리 해보기로 했다. '채권은 원금손실이 없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주식 투자에 대한 선입견을 바꿔보기로 한 것이다. 그 길로 온라인을 통해 주식 가치투자 모임을 접했다.

◆2012년 가치투자 시작…"성신양회·예스24 투자"

치과의사로 일하면서 3년간 가치투자 모임에 나갔다. 초기에는 기업의 재무제표를 보며 서로의 투자방식을 공유했다.

김씨는 "재무제표도 제대로 볼 줄 알게 되고, 기업 탐방도 다니다 보니까 나만의 투자원칙을 세우게 됐다"며 "원금을 잃지 않고, 가치가 상승할 가능성이 확실한 종목에만 투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가치투자를 시작했다. 매해 수익을 안겨준 종목들이 있었다. 2013년엔 시멘트 기업인 성신양회에 투자했다. 당시 시멘트 업종은 과잉 CAPA(생산능력)에 출혈 경쟁을 이어가던 때였다. 정부 규제도 이어지면서 적자로 재무상태가 안 좋은 기업들이 많았다.

그는 "업체들이 대거 자본을 조달하면서 주가는 하락하는 상태였는데, 생산단가에 영향을 주는 무연탄 가격은 하락했고 분양 시장은 좋아지기 시작했다"며 "오랫동안 인상이 안 돼 시멘트 가격도 인상할 시점이었다"고 말했다.

2013년 성신양회 주가는 4570원(1월8일 종가)까지 떨어지면서 액면가 5000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런 와중에 비용은 감소하고 가격이 인상되고, 생산량이 늘어나는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김씨는 "성신양회는 많은 공모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찍으면서 액면가 밑으로 내려왔을 정도로 나빠진 상태였다"며 "과거 발행했던 BW들의 만기가 도래하면서 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었다는 데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신주인수권부사채는 일정 가격대로 회사의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워런트)가 부여된 회사채다. 당시엔 채권와 주식을 미리 정해 놓은 가격으로 살 수 있도록 보증하는 워런트가 나뉜 분리형 BW가 있었다. 김 씨가 BW를 사들일 당시 성신양회 주가는 5300~5400원대였지만, 워런트는 300~400원 정도에 거래됐다.

그는 "전환은 5000원에 하는 거니까, 워런트 가격까지 고려하면 손실을 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2013년 말 BW를 사들였고, 2014년에 시멘트 업종이 수익성이 개선되면서 워런트를 주식으로 전환해서 수익을 냈다"고 했다. 2014년 성신양회 주가는 연초 6510원에서 1만4100원(7월8일 종가)까지 2배 이상 치솟았다.

2014년 말엔 예스24에 주목했다. 그는 "모임에서 예스24를 듣게 됐는데 경쟁이 과열되면서 도서 시장 자체가 다 죽었다"며 "시장이 불황에 빠지면서 저평가돼 있었는데 7년 만에 도서정가제가 시행되면서 실적 개선의 조짐이 보였다"고 말했다.

여기에 예스24는 두산동아를 합병하면서 기업가치가 뛰는 효과도 볼 수 있었다. 예스24는 2014년 9월 두산동아 지분 100%를 25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김씨는 "예스24는 현금이 많은 기업이었는데, 현금은 합병하면 수익으로 바뀐다"며 "도서정가제와 두산동아가 연결 매출로 잡히면서 실적이 개선됐고, 1년 정도 보유하고 있다가 예스24가 모회사 한스예스24에 두산동아를 팔았다"고 했다.

예스24의 2014년 연결 기준 매출은 3559억원, 영업이익은 34억원이었다. 2015년 영업이익은 128억원으로 급증했고, 매출액도 3631억원으로 소폭 개선됐다. 2014년 초 4360원이었던 주가는 2015년 말 9160원까지 2배 이상 뛰어올랐다.

2015년엔 탐방 다니다가 칩스앤미디어를 발견했다. 칩스앤미디어는 영국 ARM과 같이 반도체 설계 업체다. 상장 초기였던 칩스앤미디어는 저평가된 상태였다. 당시 주식시장이 폭락하면서 한달 만에 상장가보다 더 낮아졌다. 같은해 8월24일 종가는 6880원까지 떨어졌다. 공모가는 1만500원이었다.

그는 "당시 칩스앤미디어의 시가총액은 300억원에 불과했지만, 현금은 300억원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었다"며 "현금 보유만으로도 안전마진을 둘 수 있다는 생각에 1주일에 2번 정도 탐방가면서 관련 사업을 이해해보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칩스앤미디어는 2015년 말 무상증자 및 배당을 거친 뒤 주식시장 회복에 따라 상승하기 시작했다. 주가는 2016년 들어 1만5350원(10월4일 종가 기준)까지 올랐다. 칩스앤미디어 투자 당시 노트

수익을 속속 거두면서 마음 한 구석엔 의구심이 자리했다. '과연 치과의사를 계속하는 것이 가치가 있을까?' 치과를 하면서 쏟는 노력 대비 얻는 근로소득이 가치투자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6년 운영하던 치과를 팔고 전업투자자로 나섰다. 2016년 말엔 흥국화재에 투자했다. 5년 주기로 갱신되는 실손보험료 인상이 단행될 때다.

김씨는 "당시엔 정부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보험료가 인상되지 않도록 막아둔 상태였다"며 "실손보험율이 오를 것으로 생각돼 손해보험주를 지켜보고 있었다"고 했다.

흥국화재를 선택한 이유는 실손보험 비중이 90%로 컸기 때문이다. 그는 "흥국화재는 실손보험이 급성장할 때 공격적으로 싼 마진으로 계약을 체결해 손해율이 높은 상태였다"며 "매출 대비 영업이익이 굉장히 작았고, 주가는 액면가 5000원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매출 대비 영업이익은 작은 수준이었지만, 자산은 많아서 PBR(주가순자산비율) 0.3배 수준이었다. 흥국화재의 2016년 연결 기준 매출은 4조3360억원, 영업이익은 157억원 정도였다.

김씨는 "실손보험의 비중이 90%가 넘기 때문에 갱신주기가 도래하면 다른 회사보다 월등히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생각에 매수했다"며 "큰 폭의 실적 개선세를 나타내면서 수익을 거뒀다"고 밝혔다.

2016년 12월20일 종가 기준 3615원이었던 주가는 2017년 7650원(8월1일 종가 기준)까지 두 배 이상 올랐다. 해가 바뀌면서 실적도 큰 폭으로 개선됐다. 2017년엔 매출 4조2648억원, 영업이익 1072억원을 거두면서 이익은 1년 만에 6배 가량 급증했다.

◆"가치투자 7년으로 자산 10배 불려"

투자철학은 확실하지 않으면 승부를 걸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는 "현금이나 부동산 같은 유형자산 가치가 충분하고, 대다수가 이해하기 쉬운 업종군에서 투자 기회를 발견한다"며 "좋은 기업을 찾는 게 아니라 정말 싸고 적당히 좋은 기업을 발견해 투자해야 손실 볼 가능성을 확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17년부터 바이오 열풍이 불면서 가치투자를 이어가기 쉽지 않은 환경이 됐다. 하지만 낮은 PBR을 보유한 종목에 투자하는 전략은 이어가고 있다.

김씨는 "시장에서 소외된 종목이 대형주보다 더 싸게 거래가 되기 때문에 변화 조짐을 보이는 종목에 투자하면 큰 수익을 얻게 된다"며 "PBR 3배 기업이 6배를 가는 것보다 PBR 0.3배 기업이 0.6배가 되는 것이 더 쉽고, 훨씬 더 큰 수익을 주는 효율적인 투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형주를 비롯해 정치 테마주나 각종 이슈로 섣불리 가치를 평가할 수 없는 종목은 아예 보지 않고 있다. 그는 "치과를 9년이나 운영했지만 다음달 매출이 어느 정도 나올 것이라고 가늠이 됐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정치 이슈나 등 회사 향방을 알기 어려워 더 힘들기 때문에 아예 그런 종목은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했다.

이렇게 가치투자를 하면서 그의 자산은 7년 동안 10배 가량 늘었다. 되도록 투자금을 잃지 않는 투자를 고수하고 있다.

그는 "보유종목이 업종의 적정 PER을 어느정도 만족시키면 원금을 회수하고 나머지 이익금 만으로 안전하게 투자하고 있다"며 "투자아이디어가 훼손되면 매도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하는 종목은 5개 이하다.

김우영 씨는 가치투자를 한 지 7년 만에 치과의사로 40년간 벌 수 있을 돈을 손에 쥐었다. 현재는 자산주 중에서 성장가치가 있는 종목에 투자하고 있다. PBR 1배 이하나 0.5배 이하 등 종목을 선택하는 것은 차선책이다. 현금 보유량이 많거나 시가총액이 현저하게 낮은 회사를 고르는 방식이다. 과거에 했던 메자닌 등 차익거래도 10% 미만 비중으로 유지하고 있다.

현재도 5개의 가치투자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전업투자자가 갖춰야 할 조건으로는 자신만의 투자 원칙과 여유를 꼽았다.

"아직까지도 주식은 투자처로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봅니다. 기대수익률도 높은 편이고요. 시장에서 개인투자자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방법은 분명히 있지만, 자신만의 투자 원칙을 세우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마음이 불안하거나 수익을 내려고 조급하게 행동하다보면 자신만의 원칙을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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