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시중은행 금리 아래로 떨어졌다. 퇴직연금 상품으로 예상보다 많은 자금이 들어오면서 대형 저축은행들이 일반 정기예금 금리를 낮췄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을 주로 거래하는 자영업자와 서민 사이에서 불만이 나오고 있다.
24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은 올 들어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를 연 2.2%로 인하했다. 지난해 말 연 2.5%에서 0.3%포인트 떨어졌다. OK저축은행도 지난해 말 연 2.7%였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를 올 들어 연 2.3%로 0.4%포인트 내렸다. 오는 27일부터는 연 2.2%로 추가 인하한다.
전체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금리도 하락세다. 현재 평균금리는 연 2.36%로 지난달 말(연 2.49%)보다 0.13%포인트 낮다. 지난해 10월(연 2.65%) 이후 넉 달 새 0.29%포인트 하락했다.
SBI와 OK저축은행의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는 인터넷전문은행은 물론 우대금리를 더한 시중은행에도 못 미친다. 케이뱅크(K뱅크)의 ‘코드K 정기예금’은 1년 만기에 연 2.55%를 기본금리로 제공한다. 카카오뱅크 정기예금 금리도 1년 만기에 연 2.5%다.
우리은행(위비 꿀마켓 예금)과 농협은행(e금리우대예금)은 각각 1년 만기에 연 1.95%의 기본금리를, 우대조건 충족 시 최고 연 2.35%를 제공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통상 은행보다 높다는 공식이 깨졌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대형 저축은행이 지난해 11월 퇴직연금 시장에 진출한 영향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저축은행 퇴직연금 상품에 많은 자금이 몰리면서 수신 고객 확보에 공들일 이유가 사라졌다는 설명이다. OK저축은행의 퇴직연금 누적 판매액은 지난 22일 기준 3476억원을 기록했다. SBI저축은행도 이달 말 누적 판매 규모가 3000억원을 넘을 전망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일반 정기예금에 비해 원가부담이 적은 퇴직연금을 통해 자금을 충분히 유치해 예금 금리를 굳이 높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 같은 방침이 저축은행 주요 고객층인 자영업자와 서민들의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퇴직연금 상품에 가입할 수 없는 데다 대출 등과 연계돼 있을 경우 은행으로 계좌를 옮기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저축은행들은 기간을 정해놓고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특판(특별판매)’도 당분간 하지 않을 방침이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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