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2월26일 (로이터) - 영국 방송사 BBC는 유명 TV/ 라디오 진행자 지미 사빌을 적절히 다루지 못한 심각한 실책을 저질렀다고 한 보고서가 말했다. 사빌은 사후에야 영국 역사상 최악의 성범죄자 중 한명임이 드러났다.
전 항소법원 판사 자넷 스미스는 자신이 작성한 보고서에서 사빌의 행위에 대한 사내 경고가 있었지만 수 십년 동안 묵살됐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그러나 BBC가 고의적으로 사실을 은폐하려 한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공영 방송 BBC에는 직원들이 내부적으로 ‘탤런트(The Talent)'로 불리는 톱스타들의 행태에 불평을 제기하기 않는 ‘마초 문화(macho culture)'가 퍼져 있었으며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보고서는 말했다.
이에 따라 고위층은 내부 사정에 어두울 수 밖에 없었다고 보고서는 결론 내렸다. 그러나 사빌의 희생자 측 변호인은 동 보고서가 사실을 호도하는 믿기 어려운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빌 스캔들은 그가 2011년 84세로 사망할 때까지 수 십년 동안 수 백명을 성추행했다는 영국 경찰의 2012년 보고서로 세상에 알려졌다. 희생자의 대부분은 아동이나 미성년자들이었다.
일부 성추행은 그의 자선 활동 무대였던 병원 안에서도 일어났다고 경찰은 말했다. 사빌은 자선 활동으로 영국 왕실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았다.
스캔들이 밝혀진 후 수신료로 운영되는 BBC는 발칵 뒤집혔으며 일부는 회사 측이 그의 범죄를 은폐했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스미스 보고서는 사빌이 근 50년 동안 업무와 관련, 72명을 성추행했다고 말했다. 이 중 8건은 강간으로 상대에는 10세 소년과 13세 소녀가 포함됐다는 것. 가장 나이 어린 희생자는 8세로 알려졌다.
스미스는 사빌과 또 다른 BBC 스타 스튜어트 홀의 비행을 밝힐 기회가 수 차례 있었지만 흐지부지 됐다고 말했다. 홀은 2013년 아동 대상 성범죄로 수감됐다.
희생자들은 간혹 스태프들에게 성범죄 사례를 보고했으나 "아무 것에도 불평하지 않는다"라는 기업 문화에 따라 묵살됐다고 보고서는 말했다. BBC 직원 사이에는 상부에 ‘쓸데 없는' 것을 보고해서 ‘평지풍파'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보신 주의가 팽배했다는 것.
한 여성 직원은 상사에게 사빌이 자신의 치마 속으로 손을 집어넣은 사실을 보고했지만 돌아온 것은 "조용히 해. 그는 VIP야"라는 핀잔이었다고 보고서는 말했다.
긴머리 금발의 사빌은 항상 시가를 문채 요란한 의상과 각종 악세서리를 착용하고 다니는 것으로 유명했다. 한때 레슬러였던 그는 1960년대 DJ로 방송 활동을 시작했으며 BBC의 황금시간 대 TV 쇼를 진행했다.
스미스는 117명이 사빌의 비행을 증언했지만 BBC가 회사 차원에서 그의 범행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일부 희생자를 대리하는 변호사 리즈 덕스는 보고서가 진상 규명에 미흡하다며 자신의 의뢰인들은 실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37만여 단어의 동 보고서 작성에는 650만파운드(9백만달러)와 2년반의 시간이 소요됐다. (마이클 홀든 기자; 번역 최정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