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7월10일 (로이터) - 한‧미 정책금리 역전으로 외국인 자금 유출 우려가 불거지고 있지만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금리 역전으로 인한 외국인 자금 유출 가능성은 크지 않으며, 여기에는 정책금리와 함께 환율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LG경제연구원이 1995년부터 지난해까지 전 세계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이 기간에 선진국을 제외한 국가들에서 미국보다 자국 금리가 낮아지는 이른바 금리 역전 현상을 경험한 국가는 분석 대상국 76개 가운데 26개국에 불과했다. 그리고 이 중 외국인자금의 유출이 나타난 경우는 단 2차례에 그쳤다.
LG경제연구원은 "미국보다 낮은 정책금리가 반드시 외국인 자금의 대규모 유출을 유발했던 것은 아니었다"면서 그러나 차입(loan) 형태로 유입되었던 외국인자금의 경우 총 26번의 역전 사례 중 9번, 전체 금리 역전 기간 중 44%의 기간 동안 유출되어 주식자금 및 채권자금에 비해서는 빈번하게 유출되었다고 밝혔다.
차입자금의 경우 돈을 빌리는 국내 차입 주체의 수요와 돈을 빌려주는 국외 대출 주체의 공급이 함께 영향을 미치면서 국내 금리보다 해외 금리가 높아질 경우 국내 차입 주체의 해외로부터의 차입 메리트 감소와 국외 대출 주체의 국내에 대한 대출 메리트가 동시에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연구원은 분석했다.
지역별로는 아시아, 동유럽, 남미 등 신흥국들에서 외국인자금 유출이 더 자주 나타났는데 이 경우 내외 정책금리 격차뿐만 아니라 환율 변화에 대한 기대가 외국인자금 유출입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연구원은 분석했다.
분석 결과 내외 금리 격차에 기대 환율 변화율을 더한 기대투자수익률이 높아지면 외국인자금 유입이 늘고 기대투자수익률이 낮아지면 외국인자금 유출이 늘어났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2015년 이후 두 변수 간의 상관계수가 0.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이를 반영하듯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3월 이후 한‧미 정책금리가 역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원화 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가 고조되면서 우리나라에 대한 기대투자수익률이 높아진 결과 외국인자금 유입 추세는 유지되었으며 6월 이후에는 한‧미 정책금리 역전 폭이 확대되는 가운데 원화 가치마저 크게 하락하면서 외국인 주식자금 유출이 확대되고 주가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연구원은 분석했다.
연구원은 "이는 향후 한미 정책금리 역전 폭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원화 약세 전망이 고조될 경우, 외국인자금 이탈이 가속화되면서 주가 하락, 시중금리 상승, 원화 가치 추가 하락 등 충격이 나타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의 금리 정책과 관련해서는 "우리 경제의 성장세가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을 따라 정책금리를 인상할 경우 자칫 경기 회복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현재의 우리 경제 상황 및 경기 흐름을 감안한 보다 신중한 통화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경호 기자; 편집 유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