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4월27일 (로이터) 박예나 기자 -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이 곧 시작된다. 거의 11년 만에 재개되는 남북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이 합의되는 내용에 따라 국내 및 국제 금융시장에 적지 않은 움직임이 일 수 있어 전개 상황이 주목된다.
최근 정상회담을 앞두고 나온 엄청난 양의 언론 보도에도 불구하고 정작 달러/원의 반응은 대체로 미지근했다. 이를 두고 최근의 남북 해빙 무드를 이미 어느 정도 반영했다는 이성적인 평가와 향후 전개될 국면에 대한 불확실성을 간과할 수 없다는 냉정한 평가가 함께 내려졌다.
실제로 남북 정상회담이 가까워질수록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을 팔아치웠고 달러/원 환율은 레인지 상단으로 받아들여졌던 1080원대로 올랐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달러/원이 남북 정상회담이라는 테마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고 할 수는 없다.
다수의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4년 만의 최고치로 올라 3% 선을 상향 돌파했음에도 원화가 비교적 차분한 움직임을 보인 데는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가 적지 않게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시장참가자들은 남북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놀랄 준비가 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회담 전부터 이미 청와대 발표 등에 따라 한반도 평화체제 협정, 한반도 비핵화 합의, 남북 경제협력 등 이미 어느 정도 수준의 합의가 예상되고 있으나 이런 내용은 원화의 급격한 강세를 이끌 만한 서프라이즈가 아니라는 의견들이다. 결국, 남북 정상회담은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가교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들다는 냉정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 외환시장 참가자는 "최근 외환시장 분위기를 볼 때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는 있지만, 역외 투자자들이 이를 원화에 반영시키려는 움직임은 크지 않았다"면서 "이미 나온 재료들만으로는 원화 강세 압력을 키우기는 힘들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결국, 시장의 시선은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미 맞춰져 있다.
위의 시장참가자는 "남북 정상회담이 무난하게 끝난 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는 시장은 분명 움직이려 할 것"이라면서 "현재로서는 원화가 북미 정상회담 재료를 적극 반영했다고는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KB증권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구체적인 종전 선언이나 비핵화 로드맵은 결국 북미 정상회담에서 결론지어질 것"이라면서 남북 정상회담은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또한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 이후에도 시장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물론, 남북 정상회담의 의미를 과소평가할 필요는 없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무역 분쟁과 급격한 미국 채권 금리 상승이 잦아들면 지정학적 요인이 원화와 코스피 강세에 더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남북 정상회담 및 북미 정상회담 등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코스피와 원화가 강세를 보이고 추가적인 모멘텀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아직 시장은 낙관론과 신중론 사이에서 끊임없이 저울질하고 있다. 저울추가 어느 쪽이든 방향을 확고하게 잡으려면 더 많은 시간과 더 많은 뉴스가 필요할 뿐이다.
11년간 기다려 온 행사인 만큼 조금 더 인내심이 필요하다.
(편집 유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