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KS:051910), SK이노베이션 CI
[인포스탁데일리=박상인 기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 10일(현지 시각) LG에너지솔루션(전 LG화학 배터리 사업부문)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분쟁에서 LG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양사가 '배상금' 문제에 합의점을 찾을지 관심이 쏠린다.
SK이노베이션은 15일 ITC 판결에 대해 "기존에 수주한 포드와 폭스바겐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각각 4년과 2년의 유예 기간이 허용됐다"며 "회사는 미국 내 배터리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앞으로 남은 소송 및 제반 절차를 통해 적극 대응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SK이노베이션이 밝힌 ‘남은 소송 및 제반 절차’는 두가지 정도다. 우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ITC의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과 SK이노베이션이 연방 고등법원에 항소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미국 대통령이 ITC 판결에 거부권을 행사한 사례는 한건에 불과하고 연방 고등법원에 항소하더라도 수입금지 조치 등 ITC 판결의 효력은 그대로 유지돼 항소 기간 동안 SK이노베이션은 손해를 안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SK이노베이션이 LG와 협상에 나서 ITC 판결의 효력이 발생하기 전 합의 협상을 본격화 할 가능성이 높다. 양사의 조기 합의는 배상금 총액이 관건이다.
ITC의 최종 판결이 나오기 전부터 양사가 생각하는 합의금 규모 차이가 컸다.
LG에너지솔루션은 2조원 이상 배상금을 요구한 반면, SK이노베이션은 1조원 미만을 적정선으로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ITC에서 승소한 LG측은 기존에 요구했던 배상금 규모를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SK는 조기 합의를 위해서 LG가 원하는 수준의 배상금을 제시해야 한다.
김정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델라웨어 민사 소송에서 SK이노베이션이 패소하면 징벌적 손해배상 적용도 가능하기 때문에 양사의 합의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며 "SK이노베이션이 미국에서의 이차전지 사업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조지아주 공장에 투자한 3조원에 가까운 배상금을 물어주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관측도 있다. 또한 배상금 규모가 결정되면 배상금 지급 방식이 또 다른 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이번 배상으로 SK이노베이션의 재무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3분기 기준 자본 대비 부채비율은 149.2%로, LG화학(112.6%)·삼성SDI(60.5%) 등 타 배터리 업체와 비교해 이미 가장 높다.
아울러 SK이노베이션이 가진 유동자산은 1조8000억원 수준이다. 배상금이 2조원을 웃돌 경우 유동자산을 모두 동원해도 부족하다. 업계에서는 현금 일부에 로열티를 더하거나, 자회사 지분을 지급하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
박상인 기자 si2020@infostoc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