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월02일 (로이터)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중산층과 노동자 계층에 불리한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공약 덕분에 백악관에 입성할 수 있게 됐다. 앞으로 4년의 임기 동안 트럼프가 이 같은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장 2017년 미국에서 빈부와 소득 격차는 한층 벌어질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트럼프가 내놓은 정책으로 가장 큰 수혜를 입을 사람들은 이들이 아닌 부자들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내 소득격차 확대가 심화되면서 중하층민 사이에 불만이 쌓인 것이 트럼프 당선의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그 이유를 찾아보기란 어렵지 않다. 공평한 성장을 위한 워싱턴 센터(Washington Center for Equitable Growth)에 따르면 지난 2009 ~ 2015년 가장 부유한 1%의 미국인이 전체 실질소득 증가분의 52%를 기여했다. 나머지 48%를 두고 99%의 미국인이 피터지는 경쟁을 펼쳤다는 얘기다.
하지만 트럼프의 경제 정책이 이 같은 상황을 얼마나 개선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그의 감세 정책에 따라 가장 큰 감면 혜택을 받게 될 계층은 부유층이다. 택스파운데이션(Tax Foundation)은 소득 기준으로 상위 1%의 세후 소득은 16%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반면 하위 80%의 소득은 최대 1.9%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추산했다.
해외에 2조달러에 가까운 현금을 쌓아두고 있는 미국 기업들도 트럼프의 법인세율 인하 공약으로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골드만삭스는 국내로 송환되는 펀드의 75%가 자사주 매입에 쓰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트럼프 랠리로 재미를 본 주식 투자자들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미국에서 주식 투자자들의 상당수는 고소득 계층이기도 하다.
반면 자유무역협정을 폐기하거나 재협상하고 중국과 멕시코 제품에 막대한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의 공약은 무역 상대국이 보복에 나설 경우 특히 제조업 부문의 실업률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는 건설업 부문, 반도체, 터빈, 항공우주 등의 산업에서도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이번 선거의 운명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진 '러스트 벨트'(Rust Belt·제조업 사양으로 쇠락한 지역)에서 최소 4% 가량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마지막으로 트럼프는 약속한 1조달러 규모의 인프라 지출 계획에 필요한 자금 중 1670억달러 가량이 사모펀드를 통해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그에 대한 대가로 사모펀드들은 세제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다.하지만 이들 자본가들은 이 같은 세제 혜택에 만족하지 않고 수익의 10%에 해당하는 현금 흐름이 발생하는 프로젝트에만 손대려 할 것이다. 이는 결국 정부의 인프라 사업이 통행료를 받거나 저소득층 밀집 지역을 피해가는 프로젝트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는 자신의 정책의 혜택이 사회 전반으로 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저소득층에게 혜택이 돌아가기 전에 부자들이 우선 혜택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지나 존 칼럼니스트)
* 본 칼럼은 개인의 견해로 로이터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편집 손효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