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지펀드, 증시 강세/엔화 약세 베팅으로 손실 기록
* 올 상반기는 실패...펀드, 평균적으로 4.21% 손실
* 블랙록, "저가 매수세 펼칠 호기"...기업 실적 주시해야
* 日 유초은행, 올해 헤지펀드 투자 시작
런던/도쿄, 8월24일 (로이터) - 일본에 중점을 둔 헤지펀드들은 올해 초 엔화 약세 베팅으로 큰 손실을 본 뒤 다시 일본 증시에 대한 관심을 조금씩 늘릴 수 있다.
일본은행(BOJ)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회의를 앞두고 엔화의 전망은 역대 가장 어둡지만 일부 펀드매니저들은 일본 증시가 1월에 비해 13%나 하락한 뒤 다시 매력이 부각되기 시작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터 추적기관인 유레카헤지(Eurekahedge)에 따르면 해외·국내 헤지펀드들은 올해 첫 7개월동안 평균 4.2%의 손실을 본 뒤 원금회수의 기회를 기대하고 있다.
이들 헤지펀드 중 상당수는 연준이 올해 수 차례 금리인상에 나서 달러를 지지하고, BOJ의 마이너스 금리가 엔화를 억제할 것으로 기대하며 그동안 엔화 숏 베팅에 일관해 왔다.
엔화와 일본증시가 밀접한 상관관계 - 엔화 상승시 증시 하락, 또는 그 반대 - 에 있는 만큼 엔화에 대한 잘못된 베팅은 일반적으로 증시에 대한 판단 또한 그릇된 것임을 의미한다.
특히 영국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이탈) 투표결과가 시장을 놀래키며 안전자산으로 투자자들이 몰리자 엔화에 대한 이들 헤지펀드의 숏베팅은 더욱 큰 피해를 안겼다.
◆ 매수 기회인가
헤지펀드들은 이제 시장의 가격 조정이 증시에 일부 불확실성을 초래했다고 보고 있다.
일본 증시에 대한 네덜란드의 1억달러 헤지펀드를 운영하는 펠라고스 캐피탈의 마이클 크렛슈머는 "우리는 매수를 다소 늘렸고, 숏 커버에 나서고 있다"며 "지난 10여일간 중국 비중이 높은 일본 증시의 경기순환주를 점진적으로 사들여왔다"고 말했다.
다른 펀드들은 상반기의 주가 하락 이후 일본 주요 기업들의 실적을 통해 증시 가치를 재평가해보려 하고 있다.
도쿄 기반 헤지펀드인 로저스 인베스트먼트 어드바이저스의 에드워드 로저스 창립자는 "거시적인 테마가 무너졌을 때 초기 반응은 모든 주요국 증시에 대한 매도세"라며 "일본의 20개 주요 기업들 중 10개의 실적이 예상을 웃돈다면 투자자들은 다시 주식을 사들이기에 우리 매너저들은 이들 주식을 미리 보유하는 데에서 수혜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주 세계 최대 뮤추얼 펀드인 블랙록 BLK.N 은 일본 증시가 이제 저렴하며, 자사 포트폴리오 내 일본 증시 비중을 약 10%로 늘렸다고 발표했다.
일본 유초은행(Post Bank) 7182.T 의 사고 가츠노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신기술과 전략을 갖춘 헤지펀드가 상대적인 강세를 보일 수 있다고 전망하며 올해 후반부터 헤지펀드 투자를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는 "통화정책 결정자들의 의도와 시장의 방향성이 분기하고 있기 때문에 일부 헤지펀드는 예전만큼 수익을 만들지 못할 것이다. 반면 빅데이터 등 최신 기술을 사용하는 펀드들은 상대적으로 잘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 엔화, 여전히 큰 물음표 남겨
연초 달러 대비 120.30엔 수준이었던 엔화는 이제 100엔 근처로 상승하고 있다.
투자 자문사인 TAP재팬의 프랭크 팩커드 대표는 "투자자들은 양쪽 모두에서 수익을 남기려 하고 있다. 하지만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 이같은 거래는 성립이 안되기에 투자자들은 대규모의 숏 포지션을 풀고 있다"고 말했다.
유레카헤지의 데이터에 따르면 증시의 상승과 하락을 미리 베팅하는 이른바 롱쇼트(long-short) 헤지펀드는 올해 현재까지 평균 3.82%의 손실을 봤다. 지난해 동기간에는 5.72% 수익을 얻었었다. 일부는 올해의 손실 이유를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펠라고스 캐피탈의 크렛슈머는 "BOJ는 주식 매수는 시장을 비틀고 있고, 우리는 많은 투자자들의 스마트베타(smart beta) 전략에 반한 베팅에서 손실을 보고 있다"고 전했다.
스마트베타는 저렴한 수수료로 컴퓨터 알고리즘을 이용해 시장 트렌드를 읽는 투자 전략이다.
롱 사이드에 모두 베팅한 펀드들은 올해 7.44%의 손실을 기록중이다. 지난해의 경우 11.25%의 수익을 얻었었다.
주식을 사들이면서 기업 경영진에 변화를 촉구하는 행동주의 헤지펀드들은 지난해 16.7% 수익을 거뒀지만 올해에는 5.7%의 손실을 기록중이다.
통화에 포커스를 맞추는 펀드들은 이제 펀더멘털보다는 통화정책을 시장의 주된 동력으로 보고 있다.
일본의 2분기 경제 성장세는 취약한 수출과 흔들리는 내수가 기업 지출을 축소시키며 정체 양상을 보였다. 이는 아베 신조 총리에게 보다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보장하는 정책을 수립하도록 압력을 가했다.
많은 시장 참여자들은 BOJ가 선택의 여지가 별로 남지 않았고, 엔화 강세가 단기에 그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고조에도 불구하고 중앙은행측의 추가 경기 부양책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편집 손효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