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수출이 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작년 12월(-1.7%)부터 5개월 연속 감소세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이 작년 동기 대비 2.0% 감소한 488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수입은 447억4000만달러로 2.4% 증가했다. 수출 부진은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의 가격 하락과 중국 경기 둔화로 인한 대(對)중국 수출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4월 반도체 수출은 84억55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3.5% 감소했다. 글로벌 정보기술(IT)업체의 재고 조정에다 스마트폰 수요 정체 등으로 수출 단가가 1년 만에 52%가량 떨어진 게 결정타였다. 주력 품목인 D램(DDR4 8Gb) 단가는 작년 4월 9.0달러였지만 지난달 4.3달러에 그쳤다. 우리나라의 수출 1위국인 중국 판매 역시 지난달 4.5% 줄어 6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중국 내수가 좀체 살아나지 않고 있다는 게 산업부의 설명이다.
수출이 5개월 연속 감소한 것은 2015년 1월부터 19개월간 줄곧 줄어든 뒤 이번이 처음이다. 수출 감소폭은 지난 2월(-11.4%)을 기점으로 다소 줄어들고 있다. 수출 단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반도체를 제외하면 4월 수출은 0.8%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박태성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현 수출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활력 제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미·중 통상분쟁 등 대외 요인이 여전하기 때문에 5~6월 반등할 것으로 예단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반도체·中이 끌어내린 수출…"침체 장기화 되나" 우려
국내 경제 성장을 견인해 온 반도체와 중국 수출 비중은 크게 낮아지고 있다. 반도체의 작년 수출 비중은 평균 20.9%였는데 지난달 17.3%에 그쳤다. 중국 비중 역시 작년 평균 26.8%에서 지난달 25.5%로 낮아졌다.
정부는 수출이 하반기에 개선되는 ‘상저하고(上低下高)’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침체 장기화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반도체 호황 착시’가 사라졌다는 점에서다. 반도체 수출액은 작년 5월 이후 11월까지 월 100억달러를 밑돈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최소한 올해 11월까지는 최다 수출품목인 반도체 수출의 기저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반도체 수출은 작년 12월부터 월 70억~90억달러 선에 그치고 있다. 작년 12월은 한국의 수출이 감소세로 전환한 시기다.
다른 품목의 부진도 이어지고 있다. 무선통신기기(9개월) 디스플레이(8개월) 자동차부품(6개월) 석유화학(5개월) 철강(5개월) 등의 수출이 수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분류하는 13대 주력 품목 중 지난달 수출이 소폭이나마 늘어난 건 일반기계(0.3%)와 자동차(5.8%), 선박류(53.6%) 등 3개에 그쳤다.
그나마 베트남 수출이 호조다. 지난달 42억달러로 작년 11월(45억달러)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對)베트남 수출 비중은 작년 평균 8.0%에서 지난달 8.6%로 높아졌다. 베트남은 중국,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미국, 유럽연합(EU)에 이어 한국의 5위 수출국이다.
지금 추세로는 정부의 올해 수출 목표인 6000억달러 돌파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무역수지는 더 문제다. 2017년 952억달러이던 흑자 규모는 작년 705억달러로 쪼그라든 데 이어 올해는 2014년 수준(472억달러)에도 못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무역수지는 작년만 해도 월평균 59억달러에 달했다. 올해는 1월 11억4000만달러를 기록한 데 이어 2~4월에도 월 30억~50억달러에 그치고 있다.
수출 감소에다 국제 유가까지 급등하고 있어 조만간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실화하면 2012년 1월(-23억2000만달러) 이후 처음이 된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2단계 수출활력 촉진단을 이달부터 가동해 수출 현장의 애로를 즉석에서 해소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며 “이번 추가경정예산안에 3233억원의 수출활력 예산을 반영했는데 조속히 확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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