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빌트인 가전 시장은 밀레, 보쉬 등 독일계 가전 명가(名家)들의 텃밭이었다. 180억달러 규모 거대 시장이지만 국내 업체들은 ‘빌트인 경쟁력이 약하다’는 편견 때문에 쉽게 명함을 내밀지 못했다.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한 건 작년부터다. 삼성전자, LG전자는 최고급 가전을 전면에 내세우고 본격적인 빌트인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런 흐름이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국내 가전 ‘빅2’는 오는 14일까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리는 ‘밀라노 가구 박람회’ 기간에 프리미엄 빌트인 가전을 대거 선보이며 유럽 빌트인 시장에 공들이고 있다. ‘밀라노 가구 박람회’가 9~14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다. 삼성전자 전시관에서 미쉐린 스타 셰프인 미셸 루 주니어(오른쪽)가 삼성전자 가전을 활용해 음식을 만들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박람회에서 밀라노 관광 명소인 브레라 지역 약 1322㎡(400평) 규모 공간에 고급 빌트인 가전을 전시한다. 주제는 ‘24시간 주방’이다. 아침, 점심, 저녁 등 시간대별 소비자 일상을 테마로 이색적인 공간을 꾸몄다. 전시관 구성에도 품을 들였다. 기획에는 세계적 푸드 아티스트인 레일라 고하르 등이 참여했다.
디자인 스튜디오가 밀집해 있는 밀라노 토르토나 지역엔 체험형 디자인 전시관을 열어 소비자와의 ‘공감’에 신경을 썼다. ‘담대하라, 마음으로 교감하라’는 슬로건에 맞춰 관람객들이 오감을 통해 삼성의 디자인 철학을 공감할 수 있도록 공간을 꾸몄다. LG전자 모델이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전시관에서 고급 빌트인 냉장고를 고객들에게 열어 보이고 있다. LG전자 제공
LG전자는 최고급 주방 빌트인 브랜드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전시관과 프리미엄 가전제품 ‘LG 시그니처’ 전시관 두 곳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다.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전시관엔 ‘요리에 충실하다’란 주제에 맞춰 쿡탑, 오븐, 와인셀러, 식기세척기 등 고급 빌트인 주방 가전이 전시돼 있다. 기존 주방 형태를 벗어나 과감한 금색 메탈 소재를 활용한 ‘가든키친’ 등 독창적 공간으로 전시관을 꾸민 게 특징이다.
LG 시그니처 전시관엔 유명 디자이너 마리오 벨리니가 직접 디자인한 테이블에 ‘롤러블 올레드 TV’를 함께 전시해 고급화에 힘썼다.
현대자동차도 같은 기간 열리는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 참가해 지난 1월 공개한 ‘스타일 셋 프리’ 콘셉트가 적용된 예술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스타일 셋 프리는 자동차가 ‘스마트 정보기술(IT) 기기’로 진화하는 흐름에 따라 개인별로 맞춤화한 모빌리티 공간을 만드는 개념이다.
황정수/장창민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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