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5500만원에 낙찰됐습니다.”
지난 6일 저녁 서울 신사동 서울옥션 강남센터. 국내 최초의 위스키 공식 경매가 열렸다. 이날 주인공은 싱글몰트 위스키 맥캘란의 최고 연산 한정판 ‘맥캘란 72년 제네시스 디캔터’ 1병. 경매는 7000만원에 시작됐다. 몇 분 만에 예상가(1억3000만원)를 뛰어넘었다. 100여 명의 경매 참가자 중 조연태 위스키라이브러리 대표가 최종 낙찰을 받았다. 위스키 경매는 그 동안 뉴욕, 홍콩, 런던 등에서 이뤄졌다. 서울에서 첫 경매가 열린 건 그만큼 국내 위스키 시장이 성숙했다는 증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위스키 경매를 주최한 노동규 에드링턴코리아 대표는 “과시와 접대용 술이던 위스키가 가치소비를 즐기는 20~30대와 여성들에게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며 “위스키 시장 전체가 줄어들어도 싱글몰트 위스키 시장은 성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노 대표는 2006년 에드링턴코리아 재무 총괄, 2016년 에드링턴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 COO(운영 총괄 임원)를 거쳐 2017년 11년 에드링턴코리아 대표에 취임했다. 에드링턴코리아는 맥캘란과 하이랜드파크, 글렌로티스 등 싱글몰트 위스키와 스노우레오파드, 스카이 등 보드카를 국내 유통한다.
맥캘란은 에드링턴의 대표 제품이다. 1700년 스코틀랜드 스페이사이드 강 유역에서 첫 생산됐고, 1824년 세워진 증류소에서 전통적인 방식으로 지금까지 만들어지고 있다. 1824년 세계에서 2번째로 증류 면허를 딴 브랜드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주류 경매에서 최고가 1~4위 기록은 모두 맥캘란이 갖고 있다.
노 대표는 “한 나라의 경제 발전 과정과 주류 소비 패턴은 흥미로운 상관 관계가 있다”고 했다. 그는 “경제발전 초기에는 꼬냑, 브랜디 등 만들기 쉽고 병이 화려한 술이 대중화되다가 이후 선물과 접대용으로 ‘발렌타인 30년산’과 같은 블렌디드 위스키가 인기를 끈다”고 했다. 그 이후에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채로운 맛과 향을 즐길 수 있는 와인과 싱글몰트 위스키로 점차 이동한다는 것이다.
싱글몰트 위스키는 100% 보리로 만들고, 한 증류소에서 나온 것만 인정해준다. 맛과 향이 뛰어나지만 생산량이 적어 스카치 위스키 시장의 약 5%를 차지한다. 지난해 국내 유통된 전체 싱글몰트 출고량은 7만9256상자(1상자=700ml·12병)로 전년 대비 4.7% 늘었다. 노 대표는 “싱글몰트 위스키는 스코틀랜드에서 크리스마스 때 가족끼리 마시는 전통 술이었다가 스토리텔링을 통한 고급화로 세계화에 성공했다”며 “시간의 가치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면서 더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맥캘란을 만드는 에드링턴그룹은 지난해 5월 기존보다 생산량을 약 30% 늘린 새 증류소를 세웠다. 3년 6개월에 걸쳐 약 2025억원을 투자했다. 영국 히드로공항 터미널, 파리 퐁피두센터 등을 디자인한 ‘로저스 스터크 하버파트너스’가 참여해 스코틀랜드 고대 언덕을 형상화한 자연친화적 공간으로 설계했다. 증류소 증설을 기념해 출시된 맥켈란 에디션 넘버4는 30만병이 생산됐고, 국내 1500병만 한정 판매 중이다. 이날 경매에 부쳐진 ‘맥캘란 72년 제너시스 디캔터’는 증류소 증설 1년을 기념해 600병만 한정 제작됐다. 국내에 2병이 들어왔고, 나머지 1병은 롯데호텔 시그니엘바가 사갔다.
노 대표는 “올해 공격적으로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고, 이색적인 체험 마케팅 등을 더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맥캘란은 영화관에서 진행하는 ‘맥캘란 시네마티크’, 위스키의 향을 각각 맡아보고 연관된 위스키를 시음하는 ‘맥캘란 로자도르’, 레스토랑과 협업한 ‘맥캘란 테이스팅로드’ 등을 기획하고 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