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인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3일 국회에서 ‘소액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한 입법 공청회’를 열었다. 유 의원은 “1000만원 이하 기부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두 배로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의원 주장대로라면 세수는 연 1조원가량 줄어든다. 재정당국 입장에선 상당히 곤혹스러운 대목이다. 허위 기부금 영수증으로 불법 공제받는 사례가 매년 급증해 세금이 새고 있는 점도 꺼리게 하는 요인이다. 기획재정부는 유 의원 주장에 난색을 보이다 “올해 세법개정안에 최대한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정치 논리 앞에선 한없이 약해지는 기재부의 현주소”라고 말했다.
‘홍남기호(號) 기재부’가 경제 정책 추진 과정에서 주도권을 잃는 듯한 모양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사진)은 지난해 11월 지명될 당시 청와대로부터 ‘경제 원톱’으로 치켜세워졌지만, 막상 취임 이후에는 당·청에 휘둘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미세먼지 추가경정예산 편성 추진이 대표적이다. 홍 부총리는 지난 2월 추경 편성에 대해 “조금 더 두고 봐야 한다”고 언급한 데 이어 지난 6일 언론 인터뷰에서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터뷰 보도 당일 문재인 대통령은 ‘미세먼지 추경’ 편성 검토를 지시했다. 기재부는 곧바로 입장을 180도 바꿔 10조원 안팎 규모의 추경 편성 작업에 나섰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폐지 논란도 비슷하다. 홍 부총리는 취임 전인 지난해 12월 인사청문회에서 올 연말 일몰(시한 만료) 예정인 신용카드 소득공제 폐지 검토 방침을 밝혔고, 지난 4일 “공제 축소를 검토하겠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반대 여론이 들끓자 청와대는 13일 당·정·청 회의를 긴급히 소집해 소득공제를 축소 없이 추가로 3년 더 연장하기로 했다.
홍 부총리는 증권거래세 인하와 관련해서도 세수 감소 등을 이유로 “밀도 있게 검토한 바 없다”고 했다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직접 나서 증권거래세 개편 필요성을 제기하자 “증권거래세 인하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또 지난해 12월 취임할 당시부터 공유경제 활성화를 강조했지만, 정작 카풀(승차공유) 논의 과정에서는 이렇다 할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여당과 국토교통부가 주로 택시업계와의 논의를 이끌어갔고 기재부는 사실상 배제되다시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당·청이 내년 총선에 대비한 ‘표심 잡기’ 정책을 펴기 위해 기재부에 대해 간섭을 점점 늘리거나 패싱(건너뛰기)하는 것 같다”며 “경제 정책은 부총리에게 전권을 위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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