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 중단 움직임에도 미 달러화가 예상외로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통상 금리가 하락하면 달러 약세가 나타나지만, 세계 경제 둔화가 가시화되면서 ‘안전자산’인 달러로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Fed가 유로, 파운드, 엔 등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계산해 산출하는 달러인덱스(DXY)는 11일(현지시간) 0.42% 상승한 97.05를 기록했다. 지난달 30일 95.34에서 8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1.79% 급등했다. 지난 한 주간 상승폭 1.1%는 작년 8월 이후 최고 상승률이다.
지난달 31일 Fed가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추가적·점진적 금리 인상’이란 문구를 삭제하면서 금리 인상을 자제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통화는 통상 그 나라 금리가 오를수록 강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달러가 강세를 이어가는 것은 세계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 탓으로 해석된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 7일 올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9%에서 1.3%로 0.6%포인트 낮췄다. 이날 발표된 영국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1.4%로, 2012년 이후 가장 낮았다.
중국 경제도 악화 일로다. 지난주 미·중 정상회담 취소로 무역협상에도 불확실성이 커졌다. 미국은 예외다. 1월 신규 고용자 수가 30만 명 넘게 증가해 경기가 여전히 확장세임이 확인됐다.
다만 달러 강세가 얼마나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Fed가 금리 인상을 중단한 가운데 달러 강세가 지속되려면 미 경제가 다른 나라보다 나은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하반기엔 미 경기도 하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외환 트레이딩 회사인 FXTM의 룩만 오투누가 애널리스트는 “미국은 무역갈등, 글로벌 경기 둔화, 재정부양 효과 감소 등 여러 문제에 둘러싸여 있다”며 “미 경제가 둔화한다는 징조가 조금만 나타나도 달러 위상은 흔들릴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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