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업황 둔화로 관련 시설투자 증가폭이 줄어들고 있음에도 실적이 꾸준히 좋아지는 종목이 있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끈다. 반도체 소자를 생산하는 과정에 쓰이는 공정용 소모품을 만들어 국내외 반도체 제조업체 및 장비업체에 공급하는 반도체 소재 기업들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3차원(3D) 낸드플래시를 기존 60~70단에서 90단 이상으로 쌓는 적층 확대에 나서면서 이 공정에 필요한 소모품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1일 코스닥시장에서 티씨케이는 보합세인 5만4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올 들어 전 거래일까지 34.65% 상승했다가 이날은 숨을 골랐다. 올 들어 외국인 투자자는 티씨케이를 45억8700만원어치 순매수했다. 지난달 25일부터 이날까지 9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이어갔다.
티씨케이 주가는 지난해 3월 28일 8만3200원에서 지난달 4일 3만5100원까지 57.81% 급락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와 반도체 사이클 고점 논란이 심화된 지난해 9월 반도체 대형주가 조정받던 시기에 대폭 하락했다. 반도체업황에 대한 불안이 가중된 지난해 11월, 고객사 실적 부진에 따른 단가인하 우려가 심화된 12월에도 잇따라 조정받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티씨케이 실적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서서히 걷히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1705억원으로, 전년(1303억원) 보다 30.85%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23.90% 늘었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3D 낸드플래시 적층 수가 90단 이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10% 미만인 90단 이상의 3D 낸드플래시 비중을 2020년엔 50%까지 높일 계획이다. 3D 낸드플래시 적층 수가 증가할수록 식각공정(불필요한 회로를 제거하는 공정) 난도는 높아진다. 이는 식각공정 장비에 들어가는 소모품(실리콘 카바이드 링) 수요 증가로 이어진다.
쿼츠(반도체용 석영유리)로 웨이퍼를 불순물로부터 보호하는 용기를 만들어 반도체 장비사에 공급하는 회사 원익QnC도 비슷하다. 3D 낸드플래시 적층 수가 늘어남에 따라 반도체 시설투자 축소 우려 속에서도 매출과 이익이 늘고 있다. 소모품 교체 수요는 공정 장비에서 끊임없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은 원익QnC가 지난해 전년 대비 32.65% 증가한 2617억원의 매출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영업이익 전망치는 전년 대비 44.25% 증가한 427억원이다. 원익QnC 주가는 외국인 순매수에 힘입어 연초 이후 24% 상승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
"티씨케이, 3분기 실적 추정치에 부합…목표가 7만5000원...
티씨케이, 3분기 영업이익 166억원… 전년比 14%↑
원익Q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