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고조된 데 따라 런던에서 유럽 다른 지역으로 1조달러에 달하는 자산이 이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른바 노 딜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자금 썰물이 더욱 가속화, 글로벌 금융 허브로 통하는 런던이 커다란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새해 벽두부터 런던 거리에 나선 브렉시트 반대 시위자들 [사진=로이터 뉴스핌] |
7일(현지시각) 회계 컨설팅 업체 언스트앤영(EY)에 따르면 은행을 필두로 주요 금융업체들이 최소 8000억파운드(1조달러)에 달하는 자산을 런던에서 그 밖에 유럽 주요 지역으로 이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영국의 EU 탈퇴 이후 안정적이고 일관성 있는 비즈니스 운영을 위해 금융업계는 인력과 영업 거점 그리고 자본을 독일을 포함한 다른 지역으로 옮겼다.
대부분의 업체는 EU의 규정과 비즈니스 요건을 충족시키는 데 목적을 두고 자산 이전을 결정했고, 그 밖에 극심한 시장 변동성으로부터 고객 자산을 보호하려는 움직임도 가세했다.
이에 따라 영국 은행권 총 자산 가운데 약 10%가 유럽 다른 지역으로 이탈했다고 EY는 밝혔다. 또 금융권의 런던 엑소더스가 앞으로도 지속, 자산 썰물이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체들이 가장 경계하는 것은 소위 노 딜 브렉시트의 가능성이다. 영국이 어떤 합의도 이뤄내지 못한 채 EU를 떠날 경우 극심한 혼란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EY의 오마 알리 금융 서비스 부문 헤드는 CNN과 인터뷰에서 “금융업체들은 최악의 시나리오에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1조달러의 자산 이동은 공식 발표된 내용만 반영한 것으로, 수면 아래에서 전개되는 자금 썰물은 이를 크게 웃돈다”고 말했다.
영국의 EU 탈퇴 시한을 불과 81일 앞두고 있지만 테레사 메이 총리는 여전히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의회의 동의를 충분히 얻어내지 못한 상황이다.
BBC를 포함한 영국 언론들은 의회가 오는 15일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표결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메이 총리는 의회의 동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막판 총력을 다하는 움직임이다. 앞서 영란은행(BOE)은 노 딜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경우 2008년 금융위기보다 파괴적인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EY에 따르면 브렉시트에 대비해 금융권이 유럽 주요국에서 실시한 신규 채용은 2000건에 이른다. 골드만 삭스와 도이체방크 등 글로벌 공룡 투자은행(IB)들이 런던에 두고 있던 비즈니스 거점을 프랑크푸르트와 더블린, 룩셈부르크, 파리 등 다른 도시로 옮긴 결과다.
비금융권에서도 이 같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독일의 엔지니어링 업체 셰플러는 브렉시트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앞세워 영국의 공장 두 곳을 폐쇄했다.
지난해 영국의 신차 등록 건수가 6.8% 줄어든 것도 브렉시트 리스크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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