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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공포, 애플만이 아니다"…中 한파에 떨고있는 글로벌 기업들

입력: 2019- 01- 05- 오전 02:36
"실적 공포, 애플만이 아니다"…中 한파에 떨고있는 글로벌 기업들

3일(현지시간) 다우존스, 나스닥, S&P500 등 미국 뉴욕증시 3대 지수가 일제히 급락했다. 애플이 지난해 4분기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뒤 중국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시황을 모니터링하던 트레이더가 피로에 지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중 통상전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중국 경기 둔화세가 가팔라지는 ‘차이나 쇼크’로 글로벌 소비재 기업과 하이테크 기업에 비상이 걸렸다. 중국 소비자들이 본격적으로 씀씀이를 줄이면서 스타벅스를 비롯해 제너럴모터스(GM), 폭스바겐 등 자동차 업체들과 소매 기업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다.

케빈 해싯 미국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은 3일(현지시간) “애플뿐만이 아닐 것”이라며 “비슷한 역풍을 맞을 미국 기업이 많다”고 우려했다. 중국 판매 부진으로 지난해 4분기 매출 전망을 당초 930억달러에서 840억달러로 대폭 낮춘 애플 충격이 단발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뉴욕타임스는 “애플 쇼크는 시작에 불과하며 중국의 소비 위축이 중국 시장에 의존해오던 글로벌 기업과 투자자를 위기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차이나쇼크의 핵심은 급격한 소비심리 위축으로, 광범위한 수요 감소가 글로벌 경제 전반에 충격을 더할 것으로 분석했다. 블룸버그통신과 CNN은 애플 다음의 희생양으로 스타벅스를 꼽았다. 지난해 3분기 스타벅스의 중국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 줄어 9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했다.

중국 경기 둔화는 미국 GM과 포드, 독일 폭스바겐 등 글로벌 자동차 회사에도 치명적이다. GM과 폭스바겐은 중국 매출이 미국 및 유럽 매출보다 많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중국 판매량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GM은 작년 3분기까지 중국 시장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5% 감소하자 이후 월별 판매량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까지 포드와 폭스바겐의 중국 판매량도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30%와 11%가량 줄었다. 다임러, BMW, 재규어랜드로버 등도 판매량이 두 자릿수 가까이 감소했다.

중국 자동차 컨설팅 업체 조조고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자동차 판매량이 2800만 대에 그쳐 전년보다 3% 감소했다. 중국의 자동차 판매량이 전년 대비 줄어든 것은 1990년 이후 28년 만에 처음이다. 업계에선 올해 판매량은 작년보다 5%가량 더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소매업체와 정보기술(IT) 기업들 사이에서도 차이나 쇼크 공포가 커지고 있다. 중국 시장 공략을 확대하려던 IT 기업들은 특히 긴장하고 있다. 인텔과 휴렛팩커드(HP)는 반도체와 PC·노트북의 공급을 늘릴 계획이었지만 중국의 소매 판매 증가율이 크게 떨어지면서 사업 계획이 불투명해졌다. 중국은 인텔의 전체 매출 중 20% 정도를 차지하는 시장이다.

화물 특송업체인 페덱스는 미·중 무역전쟁과 중국의 소비 둔화를 이유로 이미 지난달 이익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미국 가전제품 소매업체 베스트바이의 목표주가를 70달러에서 57달러로 낮췄다. 애플의 중국 판매 부진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쉽지 않고 파장이 소매업체에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베스트바이가 판매하는 상품의 15~20%가 애플 제품이다. UBS는 “아마존과 코스트코 등 유통 기업도 애플 상품을 대량 취급하고 있다”며 “미국 소매업체들에 대한 걱정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미국의 고급 귀금속 업체 티파니는 중국인의 발길이 뜸해지면서 타격을 받았다. 지난해 11월 공개한 3분기 매출 증가율이 2.0%에 그쳐 시장 예상치(5.4%)를 밑돌면서 주가가 급락하기도 했다.

해싯 위원장은 “중국 경제가 급속히 둔화하고 있다는 징후가 많다”며 “중국에서 상당한 매출을 올린 수많은 미국 기업이 미·중 양국 정부가 무역합의를 이룰 때까지 실적이 떨어지는 것을 지켜보게 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상하이에 있는 차이나마켓리서치그룹의 벤저민 카벤더 애널리스트는 “올해는 서방 기업에 고단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경기 둔화로 중국 소비자가 지출을 줄이고 있는 데다 토종 기업의 경쟁력도 높아지면서 서방 기업은 중국 소비자를 설득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김형규 기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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