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으로 추진하던 수상 태양광 사업을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사업 주체인 한국농어촌공사가 7조원대 사업비를 투입하기로 하고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거센 지역 주민 반발에 부딪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주민 동의가 있고 저수지 기능 악화 등 우려가 없는 곳에서만 수상 태양광 사업을 추진하고, 수익을 농민과 나누는 사업 모델도 마련하기로 했다. 또 대안으로 수질오염 등 문제점이 적은 농지 태양광을 확대해나가기로 했다.
○‘수상 태양광산업도 속도 조절’
농림축산식품부는 18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2019년 업무보고’에서 “국회, 민원 등 외부 지적을 반영해 수상 태양광 사업 추진 방향을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농어촌공사 보유 저수지를 활용해 저수지 기능 유지, 경관 유지, 주민 동의, 환경·안전 등이 확보된 곳을 중심으로 추진하겠다”며 “농어촌공사 전체 사업지 899개 지구를 대상으로 인허가 등 세부 추진 여건을 검토하겠다”고 보고했다.
농어촌공사는 지난 2월 최규성 전 사장 취임 이후 수상 태양광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현재 3~4%인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까지 20%로 높인다는 정부 신재생에너지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서였다. 수상 태양광이 주로 설치되는 저수지는 대부분 농어촌공사와 지방자치단체가 보유하고 있다.
농어촌공사는 4월 전국 저수지에 7조5000억원을 들여 수상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는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조직을 개편했다. 이후 2022년까지 전국 3400여 개 저수지 중 899개에 총발전용량 2948㎿, 시설 면적 3537만6000㎡ 규모의 수상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기로 하고 사업을 추진해왔다.
작년 기준 8조7511억원의 부채를 안고 있으면서도 사업비 조달을 위해 추가로 7조원대 규모의 공사채를 발행한다는 계획까지 세웠다.
그러나 수질오염, 전자파, 빛 반사 등을 우려하는 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착공에 들어간 저수지는 한 곳도 없다. 국회에서도 수상 태양광 추진 사업에 문제를 제기해왔다.
이양수 자유한국당 의원은 10월 농어촌공사 국정감사에서 “국가기관이 나서 전국 저수지에 수상 태양광을 설치하겠다는 나라는 한국뿐”이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최 사장이 취임 전 태양광 발전업체 대표로 재직했던 이력이 문제가 돼 사퇴하면서 수상 태양광 사업은 더욱 논란에 휩싸였다.
○농민도 사업에 참여시킨다
농식품부는 반발하는 지역 주민을 달래기 위한 방안으로 ‘주민 참여형 태양광 모델’을 내년 초 마련하기로 했다. 농어촌공사는 일부 사업지에서 사회적 협동조합을 꾸려 지역 주민이 사업에 참여하는 방식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사회적 협동조합은 수익금을 조합원에게 배당하지 못하기 때문에 주민 참여가 저조했다. 농식품부는 수익금 사용 용도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주민 참여를 활성화한다는 방침이다.
농식품부는 또 수상 태양광의 대안으로 경작지 위에 태양광 시설을 설치해 농사와 발전을 함께 하는 ‘영농형 태양광’ 사업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농업진흥구역 밖에 있는 농지에 태양광을 설치하는 경우 타 용도 일시사용 기간을 현재 8년에서 태양광 평균 운영 기간인 20년으로 연장해주는 방안도 추진한다. 정부는 지난 1월 규제혁신 토론회에서는 농업진흥구역 중에서도 염해 간척농지에서는 태양광 사업을 20년까지 허용해주기로 했다.
농식품부는 내년 상반기에는 농업인 태양광 발전사업을 지원하는 법률 제정에 나서기로 했다. 법률에는 태양광 사업을 하는 농업인에게 정책자금을 지원하고, 부담금을 감면하는 등 지원 방안을 담을 계획이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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