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금융회사 출연금이나 휴면예금 등으로 미소금융, 햇살론 등 정책 서민금융상품을 계속 운영할 것을 결정했다. 정부는 정책금융의 재원을 민간에서 계속 끌어다 쓰는 것은 무리라고 보고 정부 재원을 투입하는 방안을 내년에 다시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본지 11월2일자 A1, 14면 참조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국회에 2200억원가량의 정책 서민금융 예산안을 제출했지만 전액 삭감당했다”며 “내년에도 예년과 같은 방식으로 서민금융 재원을 마련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17일 말했다.
서민금융상품은 2008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37조원이 공급됐지만 정부 예산은 단 한 번도 투입되지 않았다. 휴면예금 및 기부금, 금융사 출연금 등이 한시 재원으로 쓰였다. 하지만 매년 1750억원이 출연되는 복권기금은 2020년, 금융사 출연금은 2024년 종료된다. 이 때문에 금융위는 서민금융상품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선 자체 재원 마련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대부업체 기웃대던 8등급 이하 저신용자…최고금리 年 10%대 후반 서민금융 혜택
서민금융 대수술 반쪽에 그쳐
10년 만의 개편안 21일 확정
금융위원회는 서민금융 지원체계를 바꾸기 위해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를 지난 6월 마련해 논의해왔다. TF는 10월 금융위에 제출한 ‘서민금융 지원체계 개편방안’ 최종 보고서를 통해 서민금융상품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선 무엇보다 예산 확보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TF에 참여한 한 민간 위원은 “정부는 금융회사 출연금 및 휴면예금 등 서민 돈으로 생색내며 지난 10년간 서민금융 상품을 운영해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위도 TF의 지적을 받아들여 미소금융·햇살론·새희망홀씨·바꿔드림론 등 내년도 4대 정책 서민금융상품을 공급하기 위해 2200억원가량의 예산안을 지난달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국회 정무위원회를 거치면서 당초 예산안 대비 1000억원이 삭감된 데 이어 이달 초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선 전액 삭감됐다는 것이 금융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 TF 위원은 “정치권에서 서민금융 재원을 정부 예산으로 시급히 마련해야 하는지에 대해 아직 공감대가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대신 여당과 정부는 오는 21일 당정협의를 열어 신용등급 8등급 이하 지원 확대와 대출금리 정상화(인상) 등을 담은 서민금융지원체계 개편안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정치적 고려 등에 따라 지원 대상 범위를 넓히고 대출금리를 낮추는 데만 주력하면서 저신용자가 혜택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 금융위의 설명이다.
우선 서민금융 중점지원 대상을 기존 신용등급 6~7등급 위주에서 8등급 이하로 전환할 계획이다. 4대 서민금융상품 이용 자격은 통상 6등급 이하지만 지금까지 8등급 이하는 거의 지원을 받지 못했다. 상대적으로 연체율이 높은 저신용자에게 높은 금리를 적용해야 하지만 서민금융상품 최고금리가 연 10.5%로 제한된 데 따른 것이다.
금융위는 8등급 이하 저신용자에게 서민금융상품 공급을 대폭 확대하고 최고금리를 연 10% 후반대로 정하기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세부적인 개편 계획은 당정협의를 거쳐 오는 23일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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