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디스플레이업계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에 대한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내년에는 이들이 투자한 스마트폰용 OLED 공장에서 본격적으로 제품이 양산된다. 대규모 물량 공세로 LCD(액정표시장치) 시장을 잠식한 중국 기업들이 중소형 OLED 시장에서도 본격적인 위협이 될지 모른다는 지적이 나온다.
中, 중소형 OLED 공격적 투자
12일 중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중국 최대 패널 업체 BOE는 최근 충칭에서 세 번째 플렉시블 OLED 공장 B12의 기공식을 열었다. 총 465억위안(약 7조5800억원)을 투자해 스마트폰, 노트북, 자동차 등을 위한 6세대 플렉시블 OLED를 생산할 계획이다. 양산 목표는 2021년이다.
업계에서는 예상을 뛰어넘은 과감한 투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청두에 조성한 첫 번째 공장(B7)의 수율이 안정화되지 않았고, ?양에 짓고 있는 두 번째 공장(B11)은 아직 양산도 시작하지 않은 상황에서 세 번째 공장 건설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공장 세 곳의 월 생산 규모는 각각 4만8000장이다. 계획대로라면 BOE의 플렉시블 OLED 생산 능력은 14만4000장으로 늘어나게 된다. 플렉시블 OLED 시장의 95%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규모다. 삼성디스플레이는 A3 공장(월 13만5000장)과 양산을 준비 중인 A4 공장(월 3만 장)을 합쳐 16만5000장 규모의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삼성·LG 출신 한국인 연구원을 대거 영입하면서 기술 격차도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기술 유출 수준도 심각하다. 최근에는 디스플레이 장비 업체 톱텍을 통해 삼성디스플레이의 휘어지는 OLED 기술이 BOE 등 중국 기업으로 통째로 유출되기도 했다.
중국 기업들이 대거 플렉시블 OLED 시장에 뛰어들면서 ‘공급 과잉’ 우려도 나온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시장에 BOE뿐만 아니라 LG디스플레이, 비전옥스, CSOT, 에버디스플레이, 샤프, JOLED 등이 이미 진입했거나 진입할 예정이다. 최영산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해 대형 LCD를 통해 LG디스플레이에 한 방 먹인 BOE가 내년부터 삼성디스플레이의 시장까지 넘보게 됐다”고 말했다.
플렉시블 OLED를 채택하는 스마트폰 제조회사가 많지 않다는 것도 공급 과잉 우려를 낳는 요인이다. 플렉시블 OLED의 ‘큰손’격인 애플도 올해 OLED를 채택한 아이폰 모델을 늘렸지만 비싼 가격 때문에 판매량이 크게 증가하지 못했다.
기술 격차 벌리기 어려운 韓
국내 디스플레이업계는 중국 업체와의 기술 격차를 벌려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문제는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선도하기가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점이다. 올해 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을 방문해 퀀텀닷(QD) 컬러필터 기반의 대형 OLED 사업을 검토하라는 ‘특명’을 내렸다. QD OLED는 색 재현성을 높이면서 원가까지 낮출 수 있는 신기술이다.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세가 꺾이는 상황에서 프리미엄 TV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대형 OLED 패널에 대한 투자가 필수적이라는 게 삼성의 판단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현재 대형 OLED를 만들지 않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번주 중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을 방문해 QD OLED 패널의 기술 개발 진척도와 투자 방향에 관한 보고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 개발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본 디스플레이 장비 업체인 캐논도키와 QD OLED 시험 생산 장비를 개발하고 있지만 증착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6월부터 8세대 LCD 생산라인인 L8-1에 QD OLED 파일럿 라인을 운용한다는 계획도 로드맵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QD OLED를 성공시키지 못하면 TV 패널 사업의 미래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강하다”고 말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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