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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대표 모두 소집한 금융위원장…"수수료 내려라" 정면압박

입력: 2018- 11- 24- 오전 02:41
카드사 대표 모두 소집한 금융위원장…"수수료 내려라" 정면압박

카드사 사장단 만난 최종구 금융위원장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카드사 사장단을 만나 카드 수수료 인하 방안을 논의했다. 왼쪽부터 최 위원장, 권인원 금융감독원 부원장, 김동궁 금감원 여신금융감독국장, 정원재 우리카드 사장. 금융위원회 제공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논의가 빨라진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 때문이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2일 오전 10시 최종구 금융위원장에게 “경영애로를 겪는 가맹점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카드 수수료 부담 완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소득 및 분배 지표가 11년 만에 최악으로 나온 날이었다.

금융위원회는 곧바로 최 위원장 주재로 8개 카드회사 사장과 23일 간담회를 한다고 카드사에 통보했다. 이날 열린 간담회에는 8개 카드사 사장이 모두 참석해 최 위원장 얘기를 들었다. 금융계에선 정치적 목적에서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민간 금융사를 동원할 수 있다는 ‘정치 금융’의 대표 사례로 꼽았다.

대놓고 시장가격 결정하는 정치권

최 위원장은 이날 열린 간담회에서 오는 26일 공식 발표할 카드 수수료 인하 방안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카드사 사장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논의할 사안에 관해 사전정보조차 주지 않은 채 대통령 한마디에 형식적으로 회의만 소집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이대로 듣고 시행하라’는 데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금융권에서 정부의 이번 카드 수수료 인하 방안에도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일종의 시장 가격인 카드 수수료를 정부가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해 비판이 제기된다. 해외 각국에서 카드 수수료는 카드사와 가맹점이 자체 협상을 통해 결정한다. 반면 금융당국은 2012년 여신금융전문법 개정 이후 3년마다 카드 수수료를 구성하는 원가를 따져 적격비용을 산정해 수수료율을 정하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시장 논리에 따라 움직여야 할 수수료율을 정치권과 정부가 직접적으로 통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영세 자영업자 지원을 예산 등 정부 재원으로 하지 않고 민간 금융회사를 압박한다는 비판도 듣고 있다. 금융당국은 문재인 정부 들어서만 여섯 가지 카드 수수료 인하 정책을 발표했다. 대부분 카드사와 결제대행업체(VAN·밴)에 부담이 돌아가는 방식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대표되는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기조에 따라 영세 자영업자가 직격탄을 맞은 상황에서 정작 정책 실패의 책임을 민간 금융사에 떠넘긴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카드 수수료 문제에 정치 논리가 지나치게 깊숙이 개입하면서 카드노조와 소상공인 단체 간 이른바 ‘을·을 갈등’을 야기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금융경쟁력 확보는 뒷전 밀려

서울시가 주도하는 제로페이(서울페이)도 정치논리가 금융을 좌지우지하는 ‘정치금융’의 또 다른 사례다. 서울시는 이달부터 구청과 동주민센터 직원까지 동원해 가맹점 확보를 서두르고 있다. 사업에 참여하는 은행들은 이체 수수료 및 제로페이 전담 비영리법인에 대한 운영 경비도 부담할 전망이다. 연매출 8억원 이하 가맹점은 수수료를 내지 않지만 대신 그 부담을 금융사가 진다. 금융계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향후 대권을 의식해 본인 공약인 제로페이 연내 도입에 집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공공기관 지방 이전과 제3금융중심지(금융허브) 지정도 정치 논리가 개입하면서 오히려 잡음만 커지고 있다. 금융연구원은 금융위 발주를 받아 ‘금융중심지 추가지정 타당성 검토를 위한 연구’ 용역을 수행 중이다. 전북 전주시와 완주군 일대에 2016년 말 조성이 마무리된 전북혁신도시를 서울과 부산에 이은 제3의 금융도시로 육성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서다. 이에 부산지역 정치인과 상공인들이 반발하는 등 지역 간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수도권에 있는 금융 공공기관의 추가 지방 이전 방침을 내놓으면서 정책 금융기관들이 혼란에 빠지고 있다. 여당 일각에선 규모가 큰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이 전주로 내려가야 의미가 있다는 말도 나온다.

한 은행장은 “부산을 제2금융허브로 조성하면서 서울마저 경쟁력을 잃고 있다”며 “정치권이 표심만 의식해 금융정책을 좌지우지하면서 금융권이 눈치보기에만 골몰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경민/정지은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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