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가 지역화폐 도입을 추진하면서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은 곳은 영국의 지방 소도시인 브리스톨과 독일 킴가우다. 두 곳은 각각 ‘브리스톨파운드’와 ‘킴가우어’(사진)라는 지역화폐를 발행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지역화폐로 꼽히는 두 곳의 공통점은 관 주도가 아니라 지역 시민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추진됐다는 것이다.
브리스톨파운드는 2009년 시내 몇몇 활동가가 지역경제를 살리는 방법으로 지역화폐를 발행하기로 의기투합하면서 도입됐다. 시민들은 전문가들을 찾아 자문했으며, 전자화폐 시스템을 운영할 기관도 수소문했다. 이에 힘입어 2012년 지폐뿐 아니라 온라인 결제, 휴대폰 등을 이용한 결제도 가능한 브리스톨파운드를 선보일 수 있었다. 이곳 주민은 주민세도 지역화폐로 내고 있다.
브리스톨시 정부도 힘을 보탰다. 시는 지원금을 냈고, 2009년 도입 초기 조지 퍼거슨 시장이 자신의 급여를 모두 지역화폐로 받았다. 다만 시가 전면에 나서진 않았다. 화폐 발행과 운영 주체는 민간이며 시는 운영 지원에만 집중했다. 대표적 민관협력 모델로 평가받는 브리스톨파운드는 강원도를 비롯해 세계 각지에서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독일 뮌헨 인근 소도시의 지역화폐 킴가우어는 한 교사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수업 자료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온 개념이 2003년 실제 발행과 유통까지 이어졌다. 3개월마다 화폐 가치가 2%씩 줄어드는 게 특징이다. 보유하고 있을수록 손해기 때문에 빨리 사용하는 것이 이익이다.
하지만 서울 등 수도권의 경제력 집중 현상이 높은 국내와 지역경제가 어느 정도 활성화된 영국 독일 등 유럽 사례를 똑같이 비교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세계에서 지역화폐를 발행한 곳은 많지만 정작 성공적이라고 평가받는 사례가 많지 않다는 것도 지역화폐가 가진 한계 때문으로 분석된다.
양준호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은 300개 지역화폐 중 90%가 시민사회 주도”라며 “국내처럼 관 주도의 톱다운 방식은 지역화폐의 활성화와 지속 가능성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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