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뱅크. 출처=토스뱅크
[이코노믹리뷰=정경진 기자] 중금리대출 ‘메기’ 인터넷전문은행이 카드업계도 잠식하고 있다. 이미 카드 시장이 포화상태인 만큼 빅테크 기반의 신용카드사로 소비자 이탈까지 감지되고 있다. 다만 카드 결제망 부족 등의 인프라 문제와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수익을 내기 어려운 만큼, 빅테크의 신용카드업 진출이 예상보다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3번째 인터넷은행 토스뱅크 가입자 대기자 수가 121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사전신청 고객의 신규가입이 중단돼 대기자 수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현재 토스뱅크 계좌를 개설한 고객은 45만명으로 계좌개설과 함께 체크카드 발급도 급증하고 있다.
특히 토스뱅크 체크카드는 전월 실적 등의 조건 없이 매달 최대 4만6,500원 캐시백을 혜택으로 제공해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해외 사용량은 온·오프라인 구분 없이 사용액의 3%를 즉시 캐시백으로 제공한다. 지난 토스뱅크 출범식에서 홍민택 대표는 “신용카드 사업을 위해 금융당국과 초기 상태의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토스뱅크는 현재 신용카드업에 진출하기 위한 라이선스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금융당국 허가와 인프라 구축 등 구체적인 일정이 나오지 않았다. 여신업계에서는 빅테크 중 하나인 토스뱅크가 신용카드업 진출 시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신용카드로 인한 매출 규모는 정해진 상태에서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 등 빅테크 증가폭이 많은 만큼, 기존 카드사의 매출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플랫폼 평가의 척도로 활용되는 월간순방문자(MAU)의 경우, 토스는 1,200만명을 웃돈다. 카카오뱅크도 MAU가 1,400만명 수준으로, 기존 카드업계 1위인 신한카드의 ‘페이판(PayFAN)’이 최근 500만명을 돌파한 것 대비 2배가 넘는다. 토스가 ‘원플랫폼’ 전략을 수립한 만큼, 토스뱅크 사용자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분석된다. 향후 신용카드업 진출 시 풍부한 사용자를 기반으로 기존 카드사를 위협할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뱅크 (KS:323410) 프렌즈 체크카드. 출처=카카오뱅크
다만 카드업계는 당장 토스뱅크가 신용카드 라이선스를 획득하더라도 카드 결제망 부분에서 취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용카드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가맹점에 카드 결제망이 필요하지만, 신규 카드사의 경우 결제망을 구축하기 위해 다소 시일이 필요해서다. 간편결제로 두각을 드러낸 카카오페이도 오프라인 결제까지 진출 시 가맹점 모집에 상당 기간 시일이 소요된 바 있다.
실제 지난 7월 기준 신용카드 가맹점 수는 약 280만개로 집계됐다. 출범 2년을 맞고 있는 간편결제 플랫폼인 ‘제로페이’의 경우 신용카드 결제망 이용 없이 직접 가맹점을 모집했지만, 첫해 가맹점 수가 31만개에 그쳤다. 이 때문에 제로페이는 사용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나왔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카드 결제망은 지난 1970년대 신용카드가 처음으로 사용되면서 이후 지속해서 가맹점을 늘린 결과”라면서 “빅테크가 신용카드업에 진출한다고 해도 카드 결제망 없이는 사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기존 카드사와 협업을 통해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또한 빅테크가 본격적으로 신용카드업에 진출하더라도 수익성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최근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카드업계의 가맹점 수수료 부문 수익성은 1,300억원대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지속적인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수익성 부분에서 신용카드업이 밝지 않다는 지적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업계가 가맹점 수수료 부문 수익이 줄면서 시장에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