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범준 기자
무주택자인 김모씨는 재작년 9월 충남 홍성으로 내려왔다. 전원 생활에 대한 꿈도 컸지만 서울에서는 안정적인 주거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이유도 있었다. 3·40대 무주택자 4명이 김씨와 함께했다.
이들은 공유주거협동조합을 결성하고 모은 돈으로 홍성에 땅을 사고 집을 지었다. 하지만 이달초 뜻밖의 소식을 듣게 됐다. 세무서가 해당 주택에 439만원의 종합부동산세를 고지한 것이다.
해당 주택은 149㎡ 크기에 공시가격 1억3100만원에 불과하다. A씨를 비롯한 조합원들은 평생 집을 소유해 본 적 없지만 조합 형태로 해당 집의 지분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종부세가 부과됐다. 439만원의 종부세는 최근 거래가 29억5000만원인 잠실주공5단지 82㎡를 소유했을 때 내야 하는 종부세와 비슷한 규모다.
이는 지난해 6·17 부동산대책을 통해 법인 소유 부동산에 대한 종부세 부과를 대폭 강화한데 따른 결과다. 개인에 대해서는 공시가격 6억원까지 종부세를 내지 않는 기본공제를 법인은 적용하지 않기로 하고, 0.6~3.0%인 세율은 법인에 대해 최고세율 3.0%를 적용하기로 했다. 김씨의 협동조합 역시 법인으로 분류돼 공시가격 1억3100만원에 대해 세율 3.0%의 종부세가 부과된 것이다.
김씨는 "5명의 조합원이 1인당 88만원의 종부세를 내야 한다"며 "한달 생활비가 50만원을 좀처럼 넘지 않는 농촌 생활에서 상당히 부담되는 금액"이라고 말했다.
김씨 등은 무주택 청장년 등이 언제든 함께 거주할 수 있도록 협동조합 형태로 집을 소유했다. 실제로 집을 지은 이후 만 2년여간 조합원은 17명으로 불어났다. 협동조합이 아닌 개인별로 지분을 분할 소유하면 종부세 부담을 덜지만 공동 주거 공간 건립이라는 애초에 목표는 달성이 불가능해진다.
김씨와 같은 사례는 다른 지역에서도 드물지 않게 나타난다. 강원 지역의 다른 주거공동체에도 8000만원의 종부세가 나와 8가구가 1000만원씩 종부세를 부담하게 됐다.
이정섭 이정섭세무회계사무소 대표는 "지역 주거 공동체에 종부세를 중과하는 것은 농촌 지역 공동체를 활성화하겠다는 정부의 정책 목표와 상반되는 것"이라며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결성한 주택협동조합, 공동체주택, 지역공동체 등 집값상승과는 거리가 먼 법인들은 꼼꼼히 따져 종부세 과세 대상에서 배제해주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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