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1월25일 (로이터) - 영국 대법원이 24일(현지시간) 테리사 메이 영국 정부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협상을 공식 시작하려면 의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지만, 3월 말에 브렉시트 협상을 공식 시작한다는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의 계획은 지연되지 않을 것이다.
영국 대법원은 정부가 리스본조약 50조 발동은 외교조약 체결과 폐기 권한을 지닌 군주로부터 정부가 위임받은 '왕실 특권'(royal prerogative)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고등법원의 판결에 대해 제기한 항소를 기각했다.
영국 정부는 이번 판결로 조금 불편해지고 약간의 수모를 겪긴 했지만 브렉시트 일정이 지연되거나 일부 투자자들이나 친EU 세력들이 원하는 것처럼 브렉시트가 아예 중단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야당인 노동당이 분열돼 있기 때문이다.
브렉시트 반대 진영에 있었던 제레미 코빈 노동당수는 지난주에 "리스본 조약 50조 발동을 저지하지 않겠다. 모든 노동당 의원들에게 내주 표결에서 50조 발동에 지지하는 표를 던지라고 주문했다"고 말했다.
물론 모든 노동당 의원들이 코빈 당수의 주문을 따르지는 않겠지만 메이 총리는 의회 표결을 무난히 통과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대법원 판결은 EU와의 과격한 결별을 뜻하는 하드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브렉시트 최종 협상안에 대해 더욱 강력한 입김을 행사할 기회를 마련해 준 셈이 됐다.
메이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 소속 각료들은 이미 대법원에서 질 것을 예상하고 하원에 제출할 여러 가지 표결안을 마련해 놓았다.
비록 지난해 6월 국민투표가 치러지기 전에는 하원 의원 중 절대 과반수가 EU 잔류를 지지했지만, 이제 이들 대다수는 브렉시트를 지지하고 있다. 특히 유권자들이 브렉시트를 강력히 지지했던 잉글랜드와 웨일스 의원들은 더욱 브렉시트를 응원하고 있다.
사실 지난해 12월 구속력을 갖지 않는 표결에서 의회는 압도적 표차로 영국 정부의 리스본 조약 50조 발동을 통과시켰다.
보수당과 노동당 소식통들은 모두 로이터에 의회가 3월 말 전에 표결안을 통과하도록 표결 절차에 속도를 낼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노동당은 특이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노동당은 전통적 노동자 계층 지지자들 중 상당수가 브렉시트에 표를 던졌고 최근 수년 동안 반EU 독립당(UKIP)으로부터 구애를 받고 있다.
이 가운데 수년 동안 EU 비판론자였던 코빈 당수는 브렉시트를 막지는 않겠지만 '합리적인 이민 통제 권한'을 획득하면서도 EU 단일시장에 대한 100% 접근권을 유지하기 위해 싸우겠다고 말했다. 노동당은 이 목표를 위해 보수당 내 일부 의원들과 소수정당 세력들을 끌어들여 표결안을 수정하려 할 지 모른다.
하지만 메이 총리에게 가장 큰 위협은 비선출직 의원들로 구성된 상원이다. 상원 의원 상당수는 여전히 브렉시트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데 이들은 자리 보전을 위해 유권자들의 눈치를 살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상원이 리스본 조약 50조 발동에 반대한다면 브렉시트 일정에 심각한 차질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상원이 국민투표와 국민이 뽑은 하원을 통해 명시된 유권자들의 뜻을 거스른다면 헌법 위기가 닥칠 수도 있는 사안인 만큼 영국 정부는 표결안이 상원을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편집 손효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