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본점 영업부. 사진 = 김호성 기자
금융당국이 300조원대에 달하는 퇴직연금 시장 활성화에 나섰다. 규제를 풀어 투자 비중·상품을 확대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부터 근로자가 운용하는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과 개인형 퇴직연금(IRP)은 적립금 전부를 머니마켓펀드(MMF)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시장 상황이 불확실할 때 단기금융상품을 활용해 적립금을 보다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이처럼 퇴직연금 활성화에 적극 나선 이유는 연금 상품 수익률 제고를 통해 국민 노후 대비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금융권에서는 퇴직연금 시장을 활성화하고, 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더 과감한 규제 철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퇴직연금감독규정 개정안을 이날 입법예고한다.
금융위는 내달 2일까지 입법예고를 완료한 뒤 증권선물위원회·금융위 의결을 거쳐 올해 3분기 중에 시행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예고 기간 동안 각계 의견을 청취할 계획이다.
퇴직연금 시장 규모(전체 적립금 기준)는 2018년 190조원에서 2022년 335조원으로 4년 새 76%나 불어났다. 1인당 퇴직연금 적립금은 지난해 4787만원에 달했다.
이에 수익률 등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금융위는 유연하게 적립금을 운용할 수 있도록 운용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특히 대기업 직원의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및 개인형퇴직연금(IRP)을 통한 계열사 투자 규제 한도를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는 DC형이나 IRP에 가입한 대기업 직원은 자신이 근무하는 기업 또는 해당 기업 계열사가 발행한 증권을 적립금의 10%까지만 투자할 수 있다. 금융위는 이 비중을 DC형은 20%, IRP는 30%까지 완화하기로 했다.
이를테면 올 3분기부터 삼성전자 (KS:005930) 직원은 IRP 계좌를 통해 삼성SDI가 발행하는 회사채를 퇴직연금 적립금의 30%까지 담을 수 있게 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DC형과 IRP는 기업이 아니라 근로자가 직접 운용하기 때문에 이해 상충 발생 가능성이 작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DC형은 근로자가 사용자(기업)의 영향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을 가능성을 고려해 편입 한도를 IRP보다 낮게 설정했다"고 부연했다.
회사가 적립금을 운용하는 확정급여(DB) 형은 공기업이나 지방자치단체가 발행하는 특수채·지방채의 동일인 투자 한도를 현행 적립금 대비 30%에서 50%로 높여주기로 했다.
각 기업이 우량 공기업 등이 발행하는 채권을 활용해 DB형 퇴직연금의 자산(적립금)과 부채(미래에 지급해야 할 퇴직 급여) 간 현금 흐름을 보다 원활하게 맞출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서다.
IRP에 대해선 보증형 실적배당보험도 도입한다. 시중 변액보험처럼 보험사가 이용자에게 납입 후 돌려받는 최저 금액을 보증하는 형태다.
근로자가 납입한 보험료를 펀드 등 실적배당상품으로 운용하고 이익이 발생하면 실적에 따라 연금을 더 오랜 기간 지급한다. 이를 통하면 IRP형 은퇴 근로자가 적립금을 연금 형태로 받게 된다.
일시금이 아닌 연금 형태로 퇴직연금을 수령하도록 지원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와 관련, 금융위는 내년 이후에 '보증형 실적배당보험'을 도입할 예정이다. 보증형 실적배당보험은 운용 실적에 따라 연금을 지급하되, 운용 손실이 발생해도 일정 금액을 보증하는 상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