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저축은행 건물 앞. 출처=연합뉴스
최근 몇 년간 고공행진을 이어오던 저축은행들의 실적이 지난해 무너졌다. 급격한 기준금리 상승으로 높아진 조달비용이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업계는 올해 상황이 지난해보다 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저축銀 실적 전망 흐림… “저축은행 사태 이후 가장 어려운 한 해 예상”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저축은행들의 순이익이 감소할 가능성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저축은행 업계의 순익 규모는 그간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해 왔다. 지난 2014년 1853억원 흑자한 전환 저축은행업계의 순익은 2017년 첫 1조원 돌파에 성공했다. 이후에도 성장세 유지에 성공하며 2021년 역대 최대 순익을 달성한 바 있다.
성장가도를 달리던 저축은행들의 순익이 지난해 돌연 악화된 것은 기준금리 급등으로 수신금리가 오르면서 자금 조달비용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
저축은행은 수신에 의해서만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 지난해의 경우 기준금리가 오르며 시중은행 및 인터넷은행 등이 수신금리 인상이 연이어 이어졌다. 때문에 저축은행 역시 ‘울며 겨자 먹기 식’ 금리 경쟁에 동참할 수밖에 없었고 그로 인해 비용 부담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특히 순익 감소가 지난해에 그치지 않고 올해까지 계속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당장 지난해와 같은 조달비용 상승이 발생하고 있지는 않으나, 지난해 발생한 조달비용 해소가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해소에 필요한 시간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이후가 돼서야 수익 창출이 가능한 영업이 가능해진다. 최소 상반기 이상의 기간 소요가 예상되다 보니, 제대로 된 영업을 할 수 있는 기간은 길어야 6개월에 불과해 지난해보다 수익 창출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렇다 보니 올해의 경우 비용절감, 리스크 관리 등이 저축은행 업계 공통 이슈로 꼽힌다. 무리한 외형 확장 등에 나서기보다는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한 내실경영이 필요할 것으로 보는 것이다.
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올해의 경우 대부분 리스크관리에 주안점을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세세한 내용의 경우 회사별로 차이가 있겠지만, 영업 등에서 공격적으로 나서기보다는 내실 관리를 추구한다는 공통점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소 상반기 길어지면 3~4분기는 돼서야 그나마 옛날과 비슷한 모습이 나타나지 않을까 한다”며 “올해 1분기의 경우 업계 전반적으로 마이너스를 제로로 만들자 이런 분위기였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2분기부터 조금씩 내실을 다져가며 3~4분기부터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부지런히 움직여야 할 것”이라며 “올해가 과거 저축은행 사태 이후 가장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5대 저축은행마저 순익 ‘휘청’
저축은행중앙회 공시에 따르면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조5963억원으로 전년(1조9511억원) 대비 18.2%(3548억원) 줄었다 .
특히 지난해의 경우 SBI‧OK‧한국투자‧웰컴‧페퍼저축은행 등 자산 규모 기준 상위 5개사 역시 순익 감소를 피하지 못했다. 이들은 5대 저축은행은 업계 전체 순이익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이들 5대 저축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익 합산치는 2021년 8764억3266만원에서 2022년 6952억8393만원으로 20.7%(1811억4873만원) 줄었다
가장 많은 순익 감소가 발생한 곳은 OK저축은행이다. 2021년 2434억268만원에 달했던 OK저축은행의 지난해 순익은 1387억2369만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불과 1년 만에 순익 규모가 43.0%(1046억7899만원) 급감한 것이다. 특히 금액은 물론 감소율까지 5대 저축은행 중 압도적으로 높다.
이어 페퍼저축은행의 지난해 순익은 513억4297만원으로 2021년의 817억3355만원과 비교해 37.2%(303억9057만원) 감소했다. 웰컴저축은행은 5대 저축은행 중 세 번째로 높은 감소율을 기록했다. 해당 업체의 2022년 순익은 936억1702만원으로 전년(1123억5402만원) 대비 16.7%(187억3700만원) 줄었다.
한국투자은행은 지난해 순익이 832억3158만원으로 전년(894억6340만원) 대비 7.0%(62억3181만원) 감소했다. SBI저축은행은 상위 5개사 중 가장 낮은 순익 감소율을 기록하며 업계 1위의 면모를 드러냈다. 해당 업체의 지난해 순익은 3283억6865만원으로 2021년의 3494억7900만원과 비교해 6.0%(211억1034만원) 줄었다.
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지난해의 경우 금리 급등과 같은 회사들이 컨트롤하기 불가능한 변수가 발생했다 보니 수익성 악화를 피하기 어려웠다”며 “특히 올해의 경우 실적이 작년보다도 좋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작년에 올랐던 금리 여파가 올해도 이어지고 있는 데다, 경기불황 등 전체적으로 상황이 좋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