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현금성 복지사업 지원 대상을 정하는 기준으로 활용되는 내년도 ‘기준 중위소득’ 인상폭을 두고 부처 간 이견이 커지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와 보건복지부는 올해(5.02%)와 비슷한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지만, 기획재정부는 재정 부담 등을 이유로 보다 점진적인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文정부 마지막해 역대 최대폭 증가 복지부는 25일 중앙생활보장위원회를 열고 내년도 기준 중위소득 및 급여별 선정 기준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오는 29일 다시 회의를 하기로 했다. 기준 중위소득 인상률을 두고 관계 부처와 공익위원, 전문가 사이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르면 정부는 늦어도 다음달 1일까지 중앙생활보장위의 심의·의결을 거쳐 다음해 적용될 기초생활보장 급여별 선정 기준과 최저 보장 수준을 공표해야 한다.
기준 중위소득은 국민 가구소득의 중간값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중앙생활보장위원회가 복지사업 집행을 위해 임의로 정한다. 이 기준은 기초생활보장제도 등 12개 부처의 77개 복지 사업 수급자 선정기준으로 활용된다.
문재인 정부는 통계청이 매년 발표하는 가계금융복지조사의 중위소득에 비해 기준 중위소득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이유로 2020년 기준 중위소득 증가율을 이전보다 높이는 방향으로 증가율 산식 구조를 바꿨다. 통계청 중위소득의 최근 3년간 평균 증가율(기본 증가율)과 별도로 격차를 줄이기 위해 새로 만든 ‘추가 증가율’을 더 곱하는 방식이다. 이에 지난해 정한 올해 기준 중위소득은 전년 대비 5.02% 올라 2015년 기준 중위소득 제도가 도입된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기준 중위소득이 높아지면 생계급여, 주거급여 등 각종 복지사업의 혜택을 받는 국민이 많아진다. 기준 중위소득의 30% 이하인 가구에 주어지는 생계급여의 경우 지급 대상 4인 가구 기준 지난해 146만2887원 이하에서 올해 153만6324만원 이하로 확대됐다. ○‘물가급등’ vs ‘성장률 하락’올해 기준 중위소득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쟁점은 물가와 경제성장률 등 거시경제 지표다. 일부 시민단체 및 보건복지부는 최근 빠르게 오르는 물가를 감안해 기준 중위소득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피해는 고소득층보다 저소득층에 집중되는 만큼 취약계층에 대한 두터운 지원을 위해선 기준 중위소득을 빠르게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기재부는 지난해만큼 가파른 속도로 기준 중위소득을 올려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기준 중위소득을 지나치게 빠르게 인상하면 복지사업에 쓰이는 재정이 크게 증가하는 만큼 재정건전성이 악화된다고 기재부는 우려한다. 정부는 올해 5.02%의 기준 중위소득 인상으로 작년보다 관련 복지사업에 5000억원의 재원이 추가 투입될 것으로 추산했다.
기재부는 올해 기준 중위소득의 기본 증가율을 중위소득 3개년 평균인 3.57% 대비 1.25%포인트 낮은 2.32%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본 증가율은 재정 상황 등 경기 변동에 따라 정부가 3개년 평균치보다 낮게 조정할 수 있다. 반대 측과 협의를 거쳐 추가 증가율을 곱하면 올해 기준 중위소득은 3~4%대에서 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재부가 급격한 기준 중위소득 인상에 반대하는 또 다른 이유는 경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위소득 개념 자체가 국민 소득의 중간값이기에 성장률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는데, 성장률이 낮아지면 기준 중위소득 증가율도 함께 하향 조정되는 게 맞다는 논리다. 기재부는 지난해 4.0%의 경제성장률이 올해 2.6%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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