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코스피지수가 0.55% 하락한 2596.56에 장을 마치면서 17개월여 만에 2600선 밑으로 떨어졌다. 원·달러 환율은 2원40전 오른 1276원40전을 기록해 3거래일 연속 연고점을 경신했다.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한 직원이 전광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허문찬 기자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경기 둔화에 따른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확산하면서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에서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주식과 원자재, 암호화폐 등 위험자산은 투매 현상마저 나타나면서 가격이 급락하고 달러화 등 안전자산에는 돈이 몰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물가가 정점을 지나는 신호가 뚜렷해지고 금리 인상폭이 축소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형성되기까지 길게는 2~3개월간 위험자산 회피 현상이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위험자산 동반 급락
10일 코스피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55% 떨어진 2596.56에 장을 마쳤다. 엿새째 하락하며 2600선을 내줬다. 코스피가 2600선 밑으로 내려간 것은 2020년 11월 30일 이후 17개월여 만이다.
이날 국내 증시가 급락한 것은 전날 뉴욕증시가 폭락한 영향이었다. 나스닥지수는 지난 9일 4.29% 급락하면서 최근 1년 내 최고치 대비 28% 하락했다. S&P500지수는 3.2% 떨어진 3991.24를 기록하며 작년 3월말 이후 1년 2개월 만에 처음으로 4000선을 밑돌았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IX)는 뉴욕증시에서 이날 하루에만 15.1% 올라 34.75를 기록했다.
국제유가도 급락했다. 9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거래일 대비 6.68달러(6.09%) 급락한 103.09달러에 장을 마쳤다. 유가는 3월 초만 해도 130.50달러까지 올랐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도 9일 8~10% 떨어졌다.
이처럼 위험자산들이 동반 약세를 보인 것은 인플레이션 장기화와 금융당국의 통화긴축 정책이 경제성장 동력을 약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된데 따른 것이다.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은 지난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0.75%포인트의 금리인상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언급했지만, 시장에서는 Fed가 물가를 잡기 위해 과격한 금리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중국의 코로나 봉쇄로 글로벌 공급망 경색이 더욱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경기침체가 따라올 수 있을 것이란 인식이 퍼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이 인플레이션을 야기시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가가 하락한 것은 경기침체가 오면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을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달러화 강세는 지속위험자산에서 도망간 자금은 안전자산으로 몰리고 있다. 대표적인 안전 자산인 달러 선호현상이 짙어지고 있다. 10일 원·달러 환율은 2원40전 오른 달러당 1276원40전에 마감했다. 2020년 3월19일 이후 2년 2개월만의 최고치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올초 96.21에서 지난 9일 103.68로 7.7%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오는 11일 나오는 미국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통해 인플레이션 단기 고점을 확인하면 증시를 비롯한 위험 자산이 반등 계기를 찾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4월 CPI는 전달 8.5%보다 낮은 8.1%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정점을 확인하는데 2~3개월이 걸릴 것이란 신중론도 만만찮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물가가 정점을 지나는 신호와 더불어 금리 인상폭 축소가 될 수 있는 기대감 자체가 형성돼야만 달러가 하향안정세를 찾으면서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살아날 수 있다”며 “그러기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도 “물가가 올라가는 속도가 둔화되면서 연준이 긴축을 줄일 것이란 점이 확인돼야 한다”며 “앞으로 2~3달 정도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증시 반등도 결국 글로벌 차원에서의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회복돼야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현재 제로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는 중국이 이를 포기하거나 대규모의 경기부양 정책을 발표하면 국내 증시 하단을 받쳐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슬기 기자/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ug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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