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국내 부동산 가격 거품 수준이 25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불어났다고 진단했다. 국내외 자산시장 거품이 순식간에 꺼지는 최악의 상황을 맞으면 경제성장률이 -3%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은이 23일 발표한 ‘2021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올해 3분기 부동산 부문 금융취약성지수(FVI·소득 대비 주택가격비율 등 3개 지표로 산출)는 100을 기록했다. 전 분기(97.23)보다 2.77포인트 상승한 것은 물론 관련 통계를 집계한 1996년 1분기 후 가장 높았다.
이 지수 범위는 0~100 사이로 100에 가까울수록 부동산 거품이 1996년 후 최고치라는 의미다. 이 지수는 2020년 4분기 91.59에서 올해 1분기 91.85, 2분기 97.23으로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부동산 거품이 커졌다는 징후는 곳곳에서 포착된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올 2분기 서울 부동산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비율(PIR)’은 18.5배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18년 5개월 동안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서울의 집 한 채를 매입할 수 있다는 뜻이다. 2018년 말 14.3배, 2019년 말 14.5배, 2020년 말 16.8배로 문재인 정부 들어 PIR은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치솟는 집값 영향으로 가계부채도 폭증하고 있다. 지난 9월 말 가계신용은 1844조9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9.7% 늘었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106.5%로 작년 3분기 말과 비교해 5.8%포인트 뛰었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0년 1분기 말 후 최고치다.
한은은 과도한 ‘빚더미’를 짊어진 가계가 부동산 매물을 쏟아내면서 집값이 휘청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40%를 웃도는 동시에 부채가 자산보다 많은 이른바 ‘고위험 가구’는 2018년 말 30만 가구에서 지난해 말 40만 가구로 급증했다. 한은은 “가계 실질소득이 감소하면 유동성 확보를 위해 자산 매각에 나설 것”이라며 “주택가격 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부동산 거품 상황에서 10% 확률로 발생하는 ‘극단적 경제적 충격’이 나타나면 경제성장률이 -3.0%로 내려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극단적 경제적 충격은 세계 자산가격이 급락하거나 대규모 가계부채 상환 흐름이 이어지면서 소비·투자·수출이 위축되는 경우다.
한은은 “금융 불균형을 점진적으로 완화하기 위한 정책 대응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고 평가했다.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가 이어져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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