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시장은 혼란스럽다. 글로벌 경제를 이끌어가는 미국이나 중국 모두에서 여러가지 불안요인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나오고 있지만, 금융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인프레이션 공포다. 인플레이션 요인이 경기의 발목을 잡을 것을 우려해 매우 이례적인 현상인 스테그플레이션 우려도 빈번하게 소환되고 있다. 이 불안으로 인해 금리는 급등하고, 주식시장은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으며 투자환경은 막막한 모습이다.
이 모습이 낯설지 않다. 올해 1월과 2월의 금융시장 모습과 겹쳐 보인다. 국제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이끄는 물가지표가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고 투자자들은 테이퍼링에 대한 연준의 코멘트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에 금리는 미 국채 10년물 기준으로 1.7%를 넘어섰고, 미 달러는 강세로 전환했으며 주식시장은 1월 중순이후 급락했다. 금년 1분기에도 인플레이션 우려를 증폭시킨 것은 자동차용 반도체 문제 등 공급 부문에 대한 우려였다.
지금은 올 2월과 무엇이 다른가? 인플레이션 논란과 관련해 생각해 보면, 큰 차이가 없다. 금년 3월 초까지 금융시장을 달궜던 인플레이션 우려와 금리 급등이 3월 중순 이후 부지불식간에 사라졌던 것처럼 지금 매우 뜨거운 논쟁 또는 불안 거리인 공급발 인플레이션 우려나 가파른 금리 상승 역시 추세적인 지속성을 갖기 어렵다고 판단해 본다.
이유는 공급발 인플레이션 우려는 구조적 요인이 아니라는 점이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공급망 정체는 상당 부분 운송망의 정체에서 비롯되고, 운송망 정체의 대부분은 코로나19로 인한 구인난에서 비롯되었다. 구인난은 이동 제한 및 보조금 지급에 따른 구직 노력 저하가 원인으로 작용한다. 위드 코로나의 빠른 확산과 가속화되는 백신 보급 속도 및 3상에 들어간 치료제 개발 그리고 점차 마무리되고 있는 코로나 보조금 지급 등을 감안하면, 기간에 대한 불투명성은 남아 있지만 2022년 상반기 전에는 충분히 완화될 수 있는 한시적인 요인이다.
뉴시스
또한 물가 상승을 이끄는 원유 가격 등 원자재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유가를 움직이는 것은 수요가 증가한 측면도 있지만,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이연수요의 영향으로 일시적인 증가가 수반된 것이다. 따라서 추가적인 설비 투자가 없는 상황에서 지속적인 수요증가를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유동성과 공급측면에서의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넘쳐나는 잉여유동성이 투기적 자산으로서의 원자재 가격에 불을 붙이고 있고, 산유국들의 적극적이지 않은 증산노력도 한 몫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공급은 가격의 함수다. 원유 공급이 예전처럼 OPEC만이 공급을 주무르는 것이 아니라, 러시아 등 비OPEC 국가들과 미국의 셰일오일 업계도 큰 영향을 미친다. 유가가 급등했고 미국의 위드코로나 정책이 확산되며 셰일오일 채굴 시추기 숫자가 증가하고 있다.
미 달러 강세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투자자산 측면에서 볼 때 위험자산인 원유가격은 안전자산인 달러 가치와 부(-)의 상관관계를 갖는다. 금리가 오르며 유동성 여건이 악화되었고 위험 회피 심리가 강해질수록 달러 가치는 상승한 반면 위험자산에 대한 수요가 줄며 유가는 하락하는 흐름이다. 달러 강세는 주요 원유 수입국들의 수입 비용을 증가시킴으로써 원유 수입 하락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일시적인 요인이 발생시키는 혼선은 금리에 내재되어 있다. 우리나라 금리 급등도 우리 금융시장 참여자들에게는 최근 크게 부각된 불안요인지만, 주식시장 참여자들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비중도 크고 해서 미국채 금리의 향배가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주목해서 볼 부분은 기대인플레이션 영역이다. 시장에서 일반적으로 기대인플레이션으로 사용하는 지표는 BEI(Breakeven inflation rate)라고 해서 일반국채금리에서 물가연동국채(Tips)금리의 차이를 보여주는 지표다. 두 금리의 차이를 인플레이션에 대한 보상으로 보기 때문이다.
지난 2월과 최근 국면을 살펴보면, 인플레이션보상과 명목금리 부분에서 가장 큰 차이점으로 보이는 것이 물가연동국채(Tips) 유동성 프리미엄이다. 최근 금융시장에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매우 높고 이를 반영해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는 국면이지만 이 흐름이 유동성 요인에 의해 부풀려져 있을 수 있다. 이런 모습은 2012년에도 보여진다. 두 국면의 공통점은 양적완화라는 직접적이고 인위적인 유동성 공급 국면이라는 점이다. 특히 코로나19 대응 국면에서는 미 연준이 물가연동국채를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이 많이 샀기 때문에 이 요인의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이 이례적인 국면은 테이퍼링에 대한 언급과 시행 후 마무리 된다.
미 연준은 11월에 테이퍼링 시행을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스태그플레이션으로까지 번진 인플레이션 불안은 점차 경기에 대한 문제로 논점이 옮겨 갈 것으로 판단해 본다. 현재 글로벌 경제는 성장 탄력이 약화되고 있기는 하지만 침체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미국의 재고 대비 판매량을 보여주는 재고율은 역대 최저 수준에 근접해 있다. 수요가 뒷받침해준다면 글로벌 경제의 추세적 회복 흐름은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