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취임 1년 동안 회사는 양적, 질적 팽창을 거듭했다. 여기에 모빌리티 전반의 큰 흐름을 덧대는 것에도 성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새로운 시도를 신속하게 단행하는 조직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차별화한 경영 행보를 보여준 점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현대차그룹을 보수적인 제조 위주 기업집단에서, 서비스 등 무형자산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불규칙적인 업황에 유연히 대응할 수 있는 솔루션 프로바이더(solution provider)로 진화시키려는 취지다.
유연함 돋보인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 1년 간 불확실한 글로벌 경영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철저한 원칙을 고수하는 한편 유연한 경영기조로 그룹을 이끌어왔다.
정 회장은 취임 전후로 코로나19 글로벌 확산, 차량용 반도체 공급부족, 원자재 가격 상승,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예기치 못한 악재들에 직면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평소 강조해온 ‘고객’과 ‘품질’이라는 화두를 앞세워 대응했다. 위기에 맞닥뜨렸을 때 초심으로 돌아가 고객 중심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품질에 있어선 절대 타협하지 않도록 그룹 임직원들에게 주문했다.
정 회장이 예측하기 어려운 시장 불확실성에 대처할 역량을 임직원들이 갖출 수 있도록 조직 문화를 혁신하는데 주력한 이유다. 이를 통해 그룹 구성원들이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자발적으로 몰입하는 한편 각종 상황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했다. 기업 역할을 변화시킬 원동력이 사내 기업가 마인드와 개척자 정신을 갖춘 내부 구성원들에게 있는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 3월 서울 서초구 양재동 본사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 참석한 모습. 사진= 이코노믹리뷰 DB
임직원을 ‘고객’으로
정 회장은 조직문화를 혁신하기 위한 방안의 일환으로, 임직원들을 회사의 고객으로 여기고 그룹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소통하려 노력하고 있다.
지난 3월까지 사내 두 번째 개최한 타운홀 미팅에서 그룹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임직원과 대화한 것이 주요 사례다.
정 회장은 두 차례 진행한 타운홀 미팅에 모두 직접 참석해 그룹의 이슈와 사업 계획 등에 대한 생각을 임직원들과 공유했다. 올해 타운홀 미팅에서는 그룹 신사업 전망과 성과급, 제품 품질 등 화두에 대한 임직원들의 질문과 의견을 듣고 이에 답변했다.
이밖에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점프업 아이디어 공모전'을 매년 시행함으로써 그룹을 성장시키는데 도움될만한 제안들을 접수하고 있다. 지난해 공모전에는 ‘전기차를 충전하며 보내는 시간을 특별한 고객경험의 시간으로 재창조한 아이디어’와 ‘스마트폰 원격 제어로 차량을 살균할 수 있는 아이디어’ 등 아이디어 5,000여건이 모였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캐쥬얼 복장을 입고 포즈를 취한 모습. 사진= 이코노믹리뷰 DB
옷·자리·식사시간 전면 자율화
정 회장은 임직원들과 활발히 소통하려 노력할 뿐 아니라 최근 직장가 트렌드에 맞춰 사내 제도를 활발히 개편했다. 이 일환으로 유연 근무제, 복장·점심시간 자율화, 자율좌석제, 직급체계 통합 등 기존의 보수적인 사내 분위기를 쇄신할 만한 결단을 내렸다.
또 정의선 회장은 최근 유행병 사태를 계기로 전세계에서 촉발한 근무형태 전환 추세에 발 맞춰가고 있다. 현대차가 판교, 성내 등 8곳에 거점 오피스를 마련했고 다른 그룹사들도 거점 오피스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클라우드 기술을 도입한 업무 플랫폼이 계열사별로 도입되기도 했다.
정 회장은 조직 문화를 개편함으로써 임직원들을 감응시키고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 뿐 아니라, 새로운 인재의 발길을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정의선 회장은 그룹 내에서 자동차 판매실적으로 1등하는 게 아니라, 진보적인 기업문화가 정착돼 인재들이 가장 오고 싶은 회사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자주 언급한다”고 말했다.
환경부 친환경 캠페인 ‘고고챌린지에 동참한 정의선 회장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상생이 그룹 위한 길’…협력사·벤처 다각도 지원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과 파트너사들이 동반 상생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협력 관계를 창출·확대함으로써 지속 성장 가능한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그룹에게 이로울 것임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상생활동의 일환으로, 현대차·기아 양사의 협력사들이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 부품업체로 원활히 전환할 수 있도록 펀드를 조성해 지원하고 있다. 또 협력사들이 미래차 시대에 대응할 수 있도록 교육받을 수 있는 시설 ‘글로벌 상생협력센터’를 건립했다. 현대차그룹은 기성 업체 뿐 아니라 다양한 가능성을 갖춘 스타트업들을 펀드로 도움으로써 그룹 신사업 분야에 대한 시너지를 도모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경영 가치관으로 급부상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가운데 ‘환경’을 위한 활동으로 탄소중립 목표를 제시했다. 현대차는 오는 2045년까지 완성차 전 생애주기에 걸쳐 탄소중립을 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현대차 (KS:005380), 기아, 현대모비스 등 주요 계열사들이 사업 상 사용하는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부터 공급받는 글로벌 캠페인 ‘RE100’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밖에 국제연합(UN), 공익재단 현대차정몽구재단 등 기관을 통해 다방면으로 사회공헌활동을 전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