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회장 1주년③] 미래는 이미 그려졌다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취임 이후 1년간 그룹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문제는 미래다. 내연기관차의 종말이 현실이 되는 상황에서 현대차의 새로운 가능성 타진에 사실상 회사의 존망이 걸렸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몽골기병 전략을 택했다. 이를 중심에 두고 사업들의 로드맵을 구체화하는 전략에 착수했다는 평가다.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브랜드의 제품 라인업 렌더링 이미지. 왼쪽부터 아이오닉 6, 아이오닉 5, 아이오닉 7. 출처=현대자동차

중장기 전동화 계획

현대차그룹은 핵심 사업인 완성차 분야에서 중장기적 전동화 계획을 수립해 경쟁력을 과시하고 있다. 차량 전동화는 기후변화 대응, 미래에너지 전환 등 모든 산업의 지향점을 두루 만족시키는 결단이다.

현대자동차는 전동화 계획의 일환으로, 오는 2040년까지 글로벌 판매 차량 가운데 전동화 모델의 비중을 8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또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는 2025년부터 모든 신차를 전동화 모델로 출시하고, 2030년까지 수소전기차·순수전기차 총 8종에 달하는 전기차 라인업을 완성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기아는 오는 2035년까지 주요시장에서 친환경차 판매 비중을 90%로 확대할 예정이다.

정 회장은 미래 스마트 모빌리티의 핵심 분야인 수소전기차와 순수전기차 등 두 차종을 전동화 전략의 주요 소재로 활용하고 있다. 자율주행, 동력원 시스템, 구동장치 등 미래 모빌리티를 구성하는 주 요소들이 두 전기차 차종에 고스란히 적용돼 있기 때문이다. 각 모빌리티 업체들이 현재 판매하거나 향후 출시할 전기차를 통해 과시하는 경쟁력으로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는 상황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 9월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 출범식에 공동의장 자격으로 참석해 축사하는 모습. 사진= 이코노믹리뷰 DB

정 회장, 수소에 진심 “비즈니스에 앞서 인류 솔루션”

정 회장은 현재 그룹 사업 영역들 가운데 선구자적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는 수소 분야에 영리적 목적을 초월한 ‘진정성’을 발휘하는데 힘쓰고 있다. 수소를 활용해 기후변화 등 인류에게 닥친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정의선 회장은 실제 그룹 내에서 “현대차그룹이 수소에 투자하는 것은 우리가 가능한 기술적 수단들을 모두 활용해 미래를 지키려는 차원이지 않느냐”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 회장은 수소를 지구와 인류를 위한 솔루션으로 여기고 ‘수소 사회’를 조성하기 위한 방안을 적극 실행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 일환으로 지난달 수소 사업 발표회 ‘하이드로젠 웨이브(Hydrogen Wave)’를 열고 수소사회 비전을 설명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 9월 온라인 경로로 열린 수소사업 발표회 하이드로젠 웨이브의 현장에서 첨단 수소 모빌리티 트레일러 드론과 함께 선 모습. 사진= 이코노믹리뷰 DB

현대차그룹은 오는 2040년을 ‘수소에너지 대중화의 원년’으로 삼았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앞서 달성할 목표로, 2028년까지 모든 차급별 상용차 라인업에 수소전기모델을 도입할 계획이다. 또 무인 장거리 운송 시스템 콘셉트 모빌리티 ‘트레일러 드론’과 함께 100㎾, 200㎾ 등 용량별 차세대 연료전지시스템 시제품을 선보였다.

현대차그룹은 이 뿐 아니라 연료전지시스템을 트램, 기차, 선박,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자동차 외 모든 모빌리티 영역으로도 확장할 계획이다. 모빌리티 뿐 아니라 주택, 빌딩, 공장, 발전소 등 고객의 일상이나 산업 전반에 걸쳐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의 활용도를 대폭 확장할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이 최근 미래 세대를 자주 언급한다”며 “미래 세대를 위해 전지구적 기후변화 해법을 찾는 것이 우리 세대의 책임과 의무라는 생각의 소산”이라고 전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그룹의 수소사업 발표회 하이드로젠웨이브에서 비전을 발표하는 모습. 출처= 현대자동차

정 회장은 이밖에 로보틱스, UAM, 자율주행 등 선행 사업 영역에 대해서도 ‘안전하고 자유로운 이동과 평화로운 삶’을 인류에 제공하려는 취지로 관련 역량을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정 회장은 지난 3월 사내 소통의 장으로 개최한 타운홀 미팅에 참석한 뒤 “우리가 지금하고 있는 부분(신사업)들은 빠르게 투자하고 기술을 개발해 선두에 서는 것이 중요하다”며 “구체적인 시점을 정확하게 말하긴 어렵지만, 신사업은 앞으로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이밖에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난관이 있더라도 우리 세대가 역할을 하고 극복하고 반드시 해내야 한다”거나 “사람들이 가장 힘들어하고 어려워하는 것을 해결해 주는 것이 미래를 보는 것”같은 내용의 발언을 통해 그룹 목표를 강조하고 이를 적극 추구해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