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화평 기자]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이 증가 추세인 가운데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이 플라스틱을 대체할 소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럽 플라스틱산업협회 ‘플라스틱스유럽(Plastics Europe)’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3억6,700만톤에 달했다. 2018년보다 800만톤 증가한 규모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조지아주립대 공동연구팀은 인류가 버린 플라스틱 중 재활용된 비중은 10%도 안 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점점 늘어나는 플라스틱 쓰레기 처리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플라스틱의 99%가 화석연료로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플라스틱 생산 과정인 석유 및 가스 추출·정제, 분해, 소각 전 단계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플라스틱 1톤당 온실가스 5톤 배출
국제환경법센터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플라스틱 수명 전 주기에 걸쳐 배출하는 탄소량은 500MW(메가와트) 용량의 석탄 화력발전소 200개의 탄소배출량과 맞먹는다. 플라스틱 1톤당 5톤의 온실가스가 배출되는데, 플라스틱 생산이 지금의 속도로 증가할 경우 온실가스 총량은 2030년에는 2019년 대비 50% 이상 늘어난 13억4,000톤(화력발전소 300개 탄소배출량)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추석 연휴가 끝난 지난 23일 대구 수성구 생활자원회수센터에 각종 플라스틱 용기와 비닐 등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출처=뉴시스
국내 석유화학산업은 연간 7,100만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해 국내 제조업 중에서는 철강(연간 1억1,700만톤) 다음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 되면서 위생·일회용품, 가전제품 소비가 늘어 석유화학산업이 수혜 업종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지난 15일 발간한 보고서 ‘기후위기의 공범, 일회용 플라스틱(거대 석유회사의 플라스틱 생산 확대를 부채질하는 일용 소비재 기업들)’에 따르면 플라스틱 생산 지역은 아시아·북미·유럽에 집중돼 있다. 이 가운데 전 세계 플라스틱의 51%가 아시아에서 생산되며 중국이 31%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석유화학기업들은 플라스틱에 열을 가해 분해하는 방식과 같은 화학적 재활용을 해결책으로 제시했으나,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염정훈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플라스틱 캠페이너는 “국내 기업들도 친환경 홍보를 하지만 실제 플라스틱 감축량은 연간 생산량 대비 평균 5% 내외”라며 “플라스틱 생산량이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의 친환경 행보가 결코 친환경이 될 수 없는 것이 명백하다”고 말했다.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선 플라스틱 생산과 소비를 줄일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단 평가다. 이에 따라 기업들도 플라스틱을 대체할 소재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LG화학·SKC, 생분해성 플라스틱 개발 착수
LG화학(KS:051910)은 옥수수를 원료로 한 바이오 플라스틱 상업화를 위한 공장을 설립한다. 지난 13일(현지시각) 세계 4대 곡물가공기업인 미국 아처 대니얼스 미들랜드(ADM)와 ‘LA(Lactic Acid) 및 PLA(Poly Lactic Acid)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주요조건합의서(HOA)’를 체결했다.
PLA는 옥수수에서 추출한 글루코스(포도당)를 발효·정제해 가공한 LA를 원료로 만드는 대표적인 생분해성 플라스틱이다. 100% 바이오 원료로 생산돼 주로 식품포장 용기와 식기류 등에 사용된다. 일반 플라스틱이 자연 분해되려면 100년 이상 걸리지만, PLA는 일정 조건에서 미생물 등에 의해 수개월 내 자연 분해되는 친환경 소재다.
두 회사는 내년 1분기에 본 계약 체결을 목표로 2025년까지 미국 현지에 연산 7만5,000톤 규모 PLA공장과 이를 위한 LA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한국 기업이 원재료부터 제품까지 통합 생산이 가능한 PLA공장을 짓는 것은 최초다.
SKC(011790)도 썩지 않는 플라스틱의 사용량을 줄일 수 있는 생분해 라이멕스(LIMEX) 소재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생분해 LIMEX는 돌가루(석회석)에 생분해성 수지 PBAT·PLA를 혼합한 친환경 신소재로 다양한 일반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다.
SKC는 지난 16일 일본 친환경 소재 기업 TBM과 합작사 ‘SK티비엠지오스톤(SK TBMGEOSTONE)’을 설립했다. SK티비엠지오스톤은 친환경 생분해 LIMEX 상용화를 위한 연구개발과 설비투자를 진행하고 2023년부터 양산을 시작한다.
특히 생분해 LIMEX는 생분해 소재 시장 활성화를 이끌 소재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생분해 소재는 일반 플라스틱 소재보다 가격이 2~3배 높아 시장 확대가 제한적이었다. 생분해 LIMEX는 자연에 매장량이 풍부한 석회석을 최대 80%까지 활용하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이 우수하다.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바이오 플라스틱 시장은 2021년 12조원에서 2026년 34조원 규모로 연평균 23%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