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원·달러 환율이 장중 1180원을 뚫고 올라갔다. 장중에 1180원을 돌파한 것은 11개월 만이다. 외국인 투자자의 주식 매도물량이 몰린 데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돈줄을 죌 것이라는 관측도 작용한 결과다. 여기에 이날 중국 인민은행이 긴축적 통화정책 행보를 보인 것도 환율에 영향을 미쳤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오후 12시45분께 원·달러 환율은 1180원50전까지 치솟았다. 전날보다 0.3원 오른 1176원50전에 출발한 환율은 이후 상승폭을 키웠다. 오후 2시 기준으로 환율은 1180원 선에서 내려와 1179원 안팎을 맴돌고 있다.
최근 외환시장은 '롤러코스터 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8일 당국 개입으로 8원30전 내린 1168원에 마감한 환율은 이튿날인 지난 19일에는 재차 8원20전 오른 1176원20전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재차 상승하면서 1180원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환율이 반등한 것은 Fed가 지난 18일(현지시간) 공개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7월 27~28일 개최)을 통해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을 강력 시사한 영향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Fed가 오는 11월 테이퍼링 시작을 공식 발표하고, 내후년 3분기부터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매달 1200억달러 규모의 자산을 사들이면서 시중에 달러를 푸는 Fed가 달러 공급을 줄이면 달러 가치가 뛰고 그만큼 환율은 오른다.
테이퍼링 관측에 환율이 뛰면서 외국인의 국내 자본시장 이탈도 이어졌다. 뛰는 환율에 환손실을 줄이기 위해 주식을 팔아 달러로 환전하려는 유인도 작용했다. 지난 9일부터 전날까지 8거래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벌인 외국인은 이 기간 7조9946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이날도 오후 2시까지 23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외국인이 주식 매각자금을 달러로 환전하려는 움직임도 환율을 밀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발표하는 사실상의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 연 3.85%로 16개월째 동결한 것도 환율에 영향을 미쳤다. 보다 완화적 통화정책을 펼칠 것으로 기대한 투자자들 기대가 꺾였기 때문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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