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가 26일 공개한 차세대 SUV KR10(프로젝트명)의 정측면부 이미지. 출처= 쌍용자동차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쌍용자동차가 새로운 디자인 철학을 전면 도입한 두 번째 신차의 이미지를 공개했다. 틈새 시장을 정조준했다는 평가다.
쌍용차는 26일 차세대 SUV ‘KR10(프로젝트명)’의 디자인을 공개하는 한편 새로운 브랜드 디자인 철학의 지향점까지 제시했다.
KR10은 앞서 지난달 15일 드러난 중형 SUV 신차 ‘J100(프로젝트명)’에 이어 두 번째로 공개된 쌍용차 신차다. 쌍용차는 KR10에 새로운 디자인 철학 ‘터프하게 달린다(Powered by Toughness)’를 전면 반영했다.
쌍용차의 신규 디자인 철학은 코란도, 무쏘 등 기존 인기 모델의 상품 특징을 계승한다. 구조적 강인함, 예상밖의 기쁨, 강렬한 대비, 자연과의 교감 등 4가지 조형적 정체성을 바탕으로 설계한 디자인을 통해 고객에게 새로운 감성과 만족감을 제공할 방침이다. 쌍용차는 추후 신차에 친환경 모델을 추가할 계획을 수립하는 등 다양한 시장 요구사항에 대응할 계획이다.
KR10의 후측면부 이미지. 출처= 쌍용자동차
이강 쌍용차 디자인센터 상무는 “쌍용차는 고유 헤리티지를 바탕으로 디자인의 비전과 철학을 재정립했고, J100와 KR10을 통해 쌍용차가 나아갈 미래 방향을 제시했다”며 “앞으로 독창적인 정통 SUV 본질의 디자인을 바탕으로 브랜드를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쌍용차는 다만 이날 공개한 KR10의 제원, 출시일정 등 디자인 외 구체적인 정보를 제시하지 않았다. 쌍용차가 배포한 이미지를 미뤄볼 때 고성능 모델, 고급 모델 등 기존 출시 라인업에 없는 차급이나 성능을 갖춘 차량일 것으로 추정된다.
왼쪽부터 1983년식 코란도, 1986년식 코란도, KR10. 출처= 쌍용자동차
쌍용차가 이날 배포한 이미지에 그려진 KR10은 1983년식 코란도, 1996년식 코란도 등 과거 모델과 나란히 서 있다. 해당 모델은 비교적 넓은 윤거(좌우 바퀴 사이 거리)와 함께 얇은 편평비(타이어 직경 대비 가로폭 비율)를 갖춘 타이어를 갖췄다.
또 지면과 차량 하부 사이 거리를 의미하는 지상고가 높게 나타났다. 정통 SUV를 지향하는 신규 디자인 철학을 함께 고려할 때 험로(오프로드)에 특화한 퍼포먼스를 발휘할 수 있는 차량을 연상할 수 있다. 쌍용차는 현재 SUV 시장에서 소형(티볼리), 준중형(코란도), 중형(J100), 대형(렉스턴) 등 차급별 모델을 판매하고 있거나 출시할 계획이다. 다만 고성능 모델이나 고급 모델은 공개된 라인업 로드맵에 담지 않은 상황이다.
신차에 대한 또 다른 단서로 차량 프로젝트명인 KR10에 쓰인 알파벳 ‘KR’이 그간 쌍용차 라인업에 한번도 쓰이지 않은 점을 꼽을 수 있다. 그간 판매한 차량의 프로젝트명에는 X(티볼리), C(코란도), A(코란도 투리스모), Y(렉스턴), Q(렉스턴 스포츠), W(체어맨) 등 알파벳이 활용됐다. KR10이 역대 쌍용차 라인업에 도입된 적 없는 신개념 차량임을 시사하는 단서다.
쌍용차 관계자는 “쌍용차는 경쟁사와 판매량(볼륨) 경쟁을 벌이기보다 틈새 시장을 노리는 전략을 펼쳐야 하는 상황”이라며 “추후 디자인 등 신차 관련 정보를 추가 공개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쌍용차의 틈새 전략이 쉽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쌍용차의 상품 출시 로드맵에 담긴 모델의 내수 시장은 이미 현대자동차, 기아 등 경쟁사의 텃밭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신차의 상품성을 차별화하는 원론적 방안을 실행하는데 성공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외 시장을 통틀어 SUV 시장에는 쌍용차가 노릴만한 빈틈이 없는게 사실”이라며 “쌍용차가 기능, 성능, 디자인 등 측면에서 차별화를 실현해야만 시장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쌍용차가 이날 두 번째 신차의 이미지를 공개한 건 신규투자자를 확보하기 위한 공개 입찰 일정을 앞두고 기업가치를 높이려는 방안인 것으로 분석된다. 쌍용차는 이달 말까지 인수합병(M&A) 시장으로부터 기업 인수의향서를 접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