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베닝크 ASML CEO. REUTERS.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기업 ASML이 첨단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생산량을 올해 40여대, 오는 2023년에는 60대 이상까지 확대한다. EUV 장비는 초미세 회로를 그릴 수 있는 장비로 전 세계에서 ASML이 유일하게 생산해 삼성전자 (KS:005930), TSMC 등이 장비 확보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2분기 실적발표 후 열린 기업설명회 자리에서 EUV 장비를 2023년 60대 이상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ASML은 이 장비를 지난해 31대 생산했고 올해는 40여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상반기에는 총 16대를 만들었다.
EUV 노광장비는 7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이하의 미세한 회로패턴을 그려넣을 수 있는 유일한 장비로 대당 가격만 2000억원이 넘는다. 반도체는 웨이퍼를 미세하게 깎을수록 품질이 올라가는데 EUV는 기존 불화아르곤(ArF) 대비 약 14배 파장이 짧아 미세 회로를 그리는 데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향후 10년간 반도체 투자는 EUV 노광기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문제는 EUV 장비를 생산하는 곳이 ASML뿐이고 생산기간도 장비 한 대에 수개월씩 소요돼 늘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다는 점. 베닝크 CEO는 "내년에 EUV 장비를 55대 생산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미 올 2분기에 80%가 예약이 끝났다"며 "향후 수년간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삼성전자가 보유하고 있는 EUV 장비는 20여대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월 업계 최초로 D램에 EUV 공정을 적용해 양산 체제를 갖추고 10나노급 1세대(1x) DDR4 D램 모듈 100만개 이상을 고객사에 공급했다.
파운드리에서 삼성보다 앞서 있는 TSMC는 현재 약 30여대의 EUV 장비를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TSMC는 내년까지 50여대를 추가 구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재용(오른쪽에서 두번째)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0월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를 찾아 EUV 장비를 살펴보는 모습. 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EUV 노광장비 공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네덜란드 ASML 본사를 방문한 바 있다. 미국에 대규모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는 TSMC쪽으로 EUV 공급이 몰리면서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SK하이닉스도 EUV 장비 확보에 나서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월 ASML과 향후 5년간 4조7500억원 규모의 EUV 장비 공급 계약을 맺은 바 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최근 EUV 장비를 활용한 10나노급 4세대(1a) D램 양산을 시작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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