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색이 바뀌고 있다. 연초 이후 힘을 쓰던 리플레이션(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 회복세를 보임에 따라 물가가 일정부분 오르는 현상) 수혜 종목들은 처지기 시작했다. 반면 최근까지 지지부진했던 성장주가 힘을 받았다. 경제 회복을 넘어 경제 정상화가 가시권에 들어옴에 따라 엔터 등 리오프닝 관련주도 강세다.
증권가는 올 들어 펼쳐진 리플레이션 수혜주 랠리가 일단락됐다고 평가했다. 성장주로의 되돌림을 감안해 투자하거나, 본격적 경제 재개를 감안한 투자전략이 필요할 때라는 분석이다.잠잠해진 리플레이션株지난 17~18일 이틀간 한국 시장에서 에쓰오일은 4.31%, 포스코는 1.45%, 풍산은 2.70% 내렸다. 16~17일(현지시간) 미국 시장에서 엑슨모빌은 3.64%, US스틸은 11.58%, 캐터필러는 4.56% 각각 내렸다. 모두 연초 이후 리플레이션 수혜주로 묶여 급등했던 종목들이다.
최근 1,2개월간 코로나19발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 물가와 금리가 상승함에 따라 투자자들은 리플레이션 트레이딩에 나섰다. 경기 회복 기대감에 정유·소재 관련주에 베팅했다.
6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전후로 발표된 지표들이 이런 흐름을 막아섰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5월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1.3% 줄어들었다. 6월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이 17일(현지시간) 발표한 6월 제조업지수도 30.7로 전월 대비(31.5) 둔화됐다. 연초 이후 각종 지표들이 기저효과에 힘입어 급등한 것과는 양상이 달라졌다. 리플레이션 관련주도 급등을 멈췄다.
증권가에선 연초 이후 급히 올랐던 만큼 단기 조정은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여파로 공급이 부족해진 원자재나 소재 등이 크게 올랐지만 소매판매 등 지표가 예상을 밑돌며 리플레이션 관련주의 상승세도 꺾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성장주·리오프닝 강세반면 FOMC 이후 성장주는 강세다. 17~18일 한국 시장에서 네이버와 카카오는 1.79%, 8.39% 올랐다. 16~17일(현지시간) 미국시장에서 아마존은 3.14%, 애플은 1.66%, 테슬라는 2.88% 올랐다. 성장주의 경우 미래 성장성을 반영해 지난해 주가가 급등했지만 올들어 금리 상승으로 리플레이션 종목과 달리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금리 상승세가 누그러지자 다시 반등을 시작했다. 이밖에 국내에서는 하이브 등 엔터주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은 연초 이후 금리가 급등하면서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리스크가 주가에 반영된 상태라 FOMC가 성장주 악재 소멸의 계기가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FOMC 이튿날 금리는 다시 하락했다. 안소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FOMC가 매파적이긴 했지만 시장이 이미 인지하고 있었고, 금리는 경기회복을 감안해 연초 크게 올랐기 때문에 오히려 하향안정됐다"고 설명했다. 금리가 하락하자 성장주가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증권가에선 리플레이션 종목에서 성장주·리오프닝주로 갈아탈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테이퍼링 관련 리스크는 이미 시장에 선반영돼 있다고 본다"며 "리플레이션 관련 종목은 조심하고 반도체, 자동차, 인터넷, 2차전지 등 성장주의 비중확대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도 "다음달 5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리오프닝 관련주에 대한 기대감은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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