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빅3’ 업체가 전 세계 선박 발주를 휩쓸고 있다. 올 들어 5개월 만에 지난해 수주량을 넘어선 데 이어 연간 수주 목표의 70% 이상을 채웠다. 도크(건조 공간)도 빠르게 차면서 2년6개월가량의 물량을 확보했다. 다만 올해 수주가 실적에 본격적으로 잡히는 시점은 2년 후여서 국내 조선사의 ‘보릿고개’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5개월 만에 작년 실적 넘어서1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국내 조선 3사의 올해 누적 수주량은 194억4000만달러(약 21조6000억원)다. 연간 수주 목표(304억달러)의 63.9%에 달한다. 지난해 수주량(205억4000만달러)에 버금가는 수치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5개월 만에 108억달러를 수주해 지난해 수주량(94억달러)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삼성중공업도 59억달러를 수주해 지난해 수주량(55억달러)을 넘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경기 회복으로 인한 글로벌 해운업계의 컨테이너선 발주 증가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앞세운 친환경 선박 발주가 늘어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조선 3사의 수주 랠리로 지난달엔 중국을 제치고 다시 한번 세계 조선 수주 1위를 차지했다.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세계 선박 수주량은 127만CGT(60척)다. 이 중 중국과 한국, 일본이 각각 71만CGT(31척·56%), 44만CGT(24척·35%), 11만CGT(5척·9%)를 수주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이 수치는 지난달 말 국내 조선사 수주 실적이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국내 조선사는 지난달 말에만 LNG 운반선, 컨테이너선, 석유화학제품운반선(PC선) 등 총 16척(98만CGT)을 수주했다. 이 수치를 합치면 한국은 지난달 총 142만CGT를 수주했다. 지난달 전체 수주량의 59%로, 중국을 크게 앞지른다.
국내 조선 3사는 2023년까지 2년6개월치 물량을 확보한 상태다. 수주 잔액이 2년치를 넘어선 것은 2016년 1분기 이후 5년여 만이다. 일감 2년치 이상을 확보하면 조선사가 발주사 대비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어 건조 단가를 올리기도 쉬워진다. ○“향후 2년간은 보릿고개 이어져”조선업계는 글로벌 선사들의 공격적인 발주로 ‘조선업 슈퍼사이클’이 있었던 2003년과 비슷한 상황이 찾아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클락슨리서치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2021~2022년 연평균 신조 발주량이 지난해 795척보다 50% 이상 증가한 1200척가량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장기적으로 선대교체 수요가 더해지면서 2023~2031년 연평균 발주량은 작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1800척에 이를 전망이다. 이 중 국내 조선사가 주력하는 컨테이너선은 1만5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이상 대형선을 중심으로 매년 250~300척이 발주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105척 대비 최대 두세 배 이상 많은 규모다.
다만 이 같은 수주 랠리가 당장은 국내 조선 3사 실적에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통상 조선사는 선박 수주 후 1년가량 설계 기간을 거친다. 이후 선박 공정률에 따라 매출을 잡아 실적에 반영한다. 수주 직후 2년 내 발생하는 매출이 거의 없다는 뜻이다. 국내 조선 3사가 올 1분기에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저조한 실적을 낸 것도 과거 몇 년간 수주량이 목표치를 밑돌았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올 1분기 212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전년 동기(2790억원) 대비 적자전환했다. 시장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 50억원)를 크게 밑도는 ‘어닝 쇼크’다. 삼성중공업도 올 1분기에 5068억원의 대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14분기 연속 영업적자다. 한국조선해양은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675억원으로, 전년 동기(1216억원) 대비 45% 줄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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