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3200을 두드리고 있다. 그런데 ‘웃는’ 투자자는 많지 않다. 손실로 마음 고생하는 사람이 더 많은 상황이다. 지수로는 떠들썩한 축제가 맞다. 하지만 그 축제에 초대받지 못한 투자자가 훨씬 많은 모습이다.
그들은 왜 초대받지 못했을까. 세 가지 이유를 꼽을 수 있다.
첫 번째 이유는 ‘횡보장’이다. 지난해 ‘V자’ 급등장에선 축제 초대장이 넘쳐났다. 웬만한 종목을 사면 그 즉시 초대장을 받을 수 있었다. 조금 과장하자면 거의 모든 투자자가 초대장을 받았다고 할 정도였다. 축제 기간도 상당히 길었다. 주식 투자를 처음 시작한 사람은 ‘주식이, 투자가 원래 이렇게 쉬운 것인가’라고 오해하기 충분했다.
올 들어 코스피지수가 3000~3200에서 횡보하며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그렇게 흔하던 초대장을 구하기가 어렵다. 금리 노이즈가 일단락되긴 했지만 여전히 불안해하는 사람이 많다. 삼성전자 (KS:005930), SK하이닉스 등의 대형주는 ‘지지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펀드매니저 A씨는 “개나 소나 오르는 장이 아니라 종목을 잘 골라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보수적 투자자라면 포스코처럼 실적 좋은 종목을 많이 담는 것도 방법이지만 여전히 기회는 성장주 쪽에 있는 게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여기서 지수가 더 뛰려면 금리가 내리든지, 유동성이 풀리든지 해야 할 텐데 그럴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당분간 횡보장이 더 이어질 것이란 얘기다.
두 번째 이유는 ‘근거’ 없이 투자에 임한다는 점이다. 애널리스트 B씨는 “자신이 투자한 회사가 무슨 회사인지, 어떤 점을 기대할 수 있는지, 어떤 점을 경계해야 하는지 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얼마나 더 오를까’라는 막연한 기대만으로 투자하는 사람이 적지 않아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그 기업이 어떻게 성장할지를 분석하고 예측한 다음에 투자하는 게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비트코인과 삼성전자에 투자해 가격이 10%씩 오른 상황을 가정해보자. 삼성전자는 그 시점의 주가가 싼지, 비싼지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있지만 비트코인에 대해선 그런 근거가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비트코인은 무조건 매도한다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가격이 10%씩 빠진 상황을 떠올려 보면 근거의 중요성이 더 분명해진다. 근거 없이 매수한 투자 자산의 가격이 고꾸라지면 웬만해선 버틸 수 없다.
근거는 목표수익률, 투자 기간, 물타기 여부, 손절매 타이밍 등을 결정하는 데 필수다. 투자자는 스스로 공부하든지, 다른 사람의 조언을 받든지 투자 판단의 근거부터 마련해야 한다.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스스로의 판단에 자신이 없고 의사결정 결과가 불확실할수록 다른 사람의 판단을 그냥 모방하기 쉽다. 그러면서 그 사람의 조언을 따르고 있다고 위안하게 된다. 조언을 잘 구하고 잘 따르는 게 매우 중요하다.
세 번째 이유는 ‘진득함’이 없다는 것이다. 기관투자가는 어떤 종목에 투자할 때 목표주가를 정하는 것은 물론 예상되는 뉴스 흐름에 따른 대응 전략도 미리 세운다. 그렇게 해도 수익을 볼까 말까 한 게 주식시장이다. 그런데 개인은 어떤가. 주변에서 누군가 ‘OO종목’(중소형주)이 좋다고 추천하면 매수한다. 다들 암호화폐한다고 하니 따라서 투자한다. 운이 좋아서 몇 퍼센트 수익을 보고 팔기도 하지만 판단의 근거가 없으니 자꾸 샀다 팔았다 하면서 결국 털리는 경우가 많다.
근거가 없으니 진득함이 없고 그래서 뇌동매매할 공산이 커진다. 대세 상승장이라면 수익을 낼 수 있지만 횡보장에선 고스란히 ‘털리기’ 십상이다.
“개인이 먹기 쉬운 장이 아니다. 눈높이를 좀 낮춰서 대응해야 한다”는 조언이 많은 시기다.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longr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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