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60조원 규모로 불어난 해외부동산펀드가 금융투자업계 ‘부실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코로나19 등 여파로 손실이 난 펀드가 하나둘씩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현지 실사, 딜 구조화 등에서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역량이 부족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2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해외부동산펀드는 작년 말 이미 순손실을 기록했다. 공·사모 합산 854개 펀드의 순자산총액은 59조4657억원으로 설정액(59조8579억원)을 3922억원가량 밑돌았다. 월간 기준으로 해외부동산펀드가 순손실로 전환한 건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2월 이후 약 13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올해 들어서도 부진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해외부동산펀드 설정액의 96%를 차지하는 사모펀드는 지난 22일 기준 여전히 615억원 순손실 상태다.
해외부동산펀드는 2015년 이후 저금리 시대 대표적인 투자상품으로 각광받으며 줄곧 성장가도를 달렸다. 투자손실 위험이 적고 안정적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국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에도 새로운 먹거리였다. 증권사들은 최대 수조원에 이르는 대형 오피스빌딩 등을 총액인수한 뒤 국내 기관들이 투자한 부동산펀드 등에 재매각(셀다운)하는 형태로 수익을 창출했다.
이 같은 비즈니스는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다. 국내 증권사와 부동산펀드 등이 사들인 해외 빌딩·호텔 등 상업용 부동산 가치가 급락하면서 부실이 나타난 것이다. 미래에셋대우와 하나금융투자,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기관들이 3000억원가량 투자한 미국 ‘더 드루 라스베이거스’ 리조트 개발사업이 대표적이다. 코로나19에 현지 시행사가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하면서 기관들은 손실에 직면했다. 대출채권을 기초로 발행된 파생결합증권(DLS) 신탁상품과 사모펀드에 투자한 개인들도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내놓은 800억원 규모 브라질 부동산 공모펀드도 대규모 손실에 청산절차를 밟고 있다. 2012년 설정된 이 펀드는 빌딩 매매로는 이익을 냈지만 브라질 헤알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대규모 환손실을 봤다. 현재 누적수익률은 -85%에 이른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베트남과 미국 뉴욕에 투자하는 부동산펀드 등도 설정 이후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손실 구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KB증권과 신한금융투자 등이 판매한 호주부동산펀드(3264억원)나 독일헤리티지DLS(5000억원) 등은 현지 업체의 사기행각에 휘말리면서 대규모 투자자 손실 사태를 불러오기도 했다.
해외부동산펀드 손실 사례는 점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부동산펀드는 통상 5년 만기로 설정되는데 그중 상당수의 만기가 내년에 돌아온다. 코로나19라는 천재지변 변수를 감안해 재구조화 과정에서 손실이 현실화하는 펀드가 줄이을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해외부동산펀드 중 70%가량이 빌딩과 호텔 등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됐다”며 “국내 기관들이 현지실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매입경쟁으로 가격만 높여놓은 만큼 만기 전 자산을 제값에 팔지 못하면 투자자 피해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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