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가 시중은행들에 신용도를 따지지 않고 10년간 연 3%의 이자만 받는 장기 대출 상품을 만들라고 요구했다. 기본소득, 기본주택과 함께 이 지사의 핵심 추진 정책인 ‘기본대출’을 실행하려는 차원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은행들에 직접 특정 형태의 대출 상품을 선보이라고 지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중은행들은 신용등급 체계의 근간을 흔들고 모럴 해저드를 부추기는 정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5일 은행권에 따르면 경기신용보증재단은 지난달 말 각 시중은행에 ‘경기도형 기본대출 시범 운용(안)’을 보냈다. 신용도에 상관없이 1인당 500만~1000만원을 10년간 연 3%에 빌려주는 금융 상품을 출시하자는 내용이다. 전체 예산 규모는 1조~2조원으로 책정했다. 대출 대상은 경기도민이다. 우선 만 25~26세 또는 결혼 적령기(남성 만 33~34세, 여성 만 29~30세)를 대상으로 시범 운용한 뒤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대출 방식은 만기 일시상환 방식과 한도대출(마이너스통장) 방식으로 나뉜다. 만기 일시상환 방식은 이자를 내지 않고 만기에 원금과 이자를 한꺼번에 갚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 지사는 지난해 하반기 신용도에 상관없이 정해진 금액을 장기에 저리로 빌려주고, 손실이 나면 정부 또는 지자체가 이를 보전하는 정책을 제안했다. 이번 대출도 경기신보가 100% 보증을 서고, 차입자가 대출을 상환하지 않아 발생하는 부실도 보전하겠다는 방침이다.
시중은행들은 ‘말이 안 되는 정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신용등급을 보고 이에 맞춰 대출 금리와 한도를 산정하는 것은 부실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조치”라며 “누구에게나 같은 금리로 대출을 내주자는 것은 대선을 앞두고 보여주기식 포퓰리즘 정책으로 주목받으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소람/오현아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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