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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품질논란에 종지부…"비용 아끼다 고객 잃으면 끝장"

입력: 2020- 10- 20- 오전 02:46
© Reuters.  정의선, 품질논란에 종지부…"비용 아끼다 고객 잃으면 끝장"

사진=연합뉴스

“우리의 모든 활동은 고객이 중심이 돼야 합니다. 고객 행복의 첫걸음은 완벽한 품질입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지난 14일 취임사를 통해 ‘고객’이라는 표현을 아홉 번 사용했다. 약 6분간의 취임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미래(10번)’ 다음으로 가장 많이 쓴 단어다. 그룹 고위 관계자는 “정 회장은 평소 임직원들에게 ‘고객의 신뢰를 잃으면 끝장’이라고 강조했다”며 “눈앞의 실적에 연연하기보다 고객의 품질 관련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해 결단을 했다”고 설명했다. 비용보다 고객 신뢰 택한 현대차현대·기아자동차는 약 3조4000억원 규모의 품질비용을 3분기 실적에 반영한다고 19일 발표했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각각 2조1352억원, 1조2592억원을 충당금으로 쌓는 방식이다. 품질 보증을 위한 충당금 규모로는 역대 최대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지난해 약 5조6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연간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에 달하는 돈을 품질비용으로 쓰겠다는 의미다. 연이은 조치에도 세타2 GDI 엔진 관련 품질 논란이 계속되자 적용 비용 규모를 대폭 확대했다. 이번 조치로 품질 논란에 마침표를 찍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구체적으로는 현대·기아차의 ‘세타2 엔진 평생 보증 프로그램’에 더 많은 비용을 투입하고, 다른 엔진에 대해서도 선제적 조치를 취한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10월 세타2 엔진을 얹은 국내외 차량 400여 만 대를 평생 보증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날 여기에 더 많은 비용을 쓰기로 결정했다. 그 비용만 약 2조8420억원이다. 회사 관계자는 “평생 보증 결정 후 엔진 교환 사례가 예상보다 많아 추가로 충당금을 적립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보증 대상 차량의 평균 운행 기간이 12.6년 수준일 것이라고 추정했지만, 이를 이번에 19.5년으로 수정했다. 고객이 예상보다 자사 차량을 더 오래 탈 것이라고 판단해서다. 현대차의 쏘나타, 투싼, 싼타페와 기아차의 K5, 스포티지, 쏘렌토 등이 평생 보증 대상 차량이다.

현대·기아차는 세타2 GDI 엔진에 적용하던 엔진 예방 안전 신기술 ‘엔진 진동감지 시스템(KSDS)’을 다른 일부 엔진(감마엔진 및 누우엔진 등)에도 장착할 계획이다. KSDS는 엔진의 진동을 감지하는 시스템 소프트웨어다. 여기에 8146억원의 비용이 필요하다는 게 현대·기아차의 판단이다. 회사 측은 총 3조6566억원 규모의 비용이 추가로 든다고 산정했고, 이 중 3조3944억원을 3분기 실적에 반영하기로 했다.

현대·기아차는 품질 논란이 다시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근본적인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품질 문제를 수집하는 조직과 관련 문제를 해결하는 조직을 통합해 소비자 불만에 대응하는 속도를 높이고, 정비 현장에서 발견되는 품질 문제를 신차 개발에 실시간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업무체계를 바꾸겠다는 설명이다.

미래 먹거리인 친환경차 신차 품질도 대대적으로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회사 관계자는 “장기적 관점에서 품질과 관련한 신뢰 회복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고객 불만에 적극 대응해 잠재적인 리스크를 해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3분기 실적 발표(오는 26일)를 1주일 앞둔 시점에 조(兆) 단위 충당금 적립을 발표한 이유에 대해서는 “투자자 보호를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 현대차가 3분기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냈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는 등 실적에 대한 기대가 과도해지자 관련 정보를 사전에 투명하게 공개했다는 의미다. 세타 엔진 논란 잠재울까 품질 논란이 계속되는 세타2 엔진

세타 엔진은 현대차의 ‘독자 개발 엔진의 상징’과 같다. 2002년 독자 개발해 미국 다임러크라이슬러와 일본 미쓰비시 등에 수출하기도 했다. 한국을 자동차 엔진 수출국 반열에 올린 공신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후속 세타2 엔진은 2009년 나왔다. 강화된 배기가스 규제에 맞추면서 엔진 출력이 좋아 업계에서 호평받았다.

세타2 엔진 관련 논란이 불거진 건 2015년의 일이다. 세타2 엔진을 장착한 차량이 주행 중 멈추는 사고가 이어지면서다. 엔진 결함 논란이 일자 현대차는 그해 차량 47만 대를 리콜했다. 2017년에는 미국과 한국에서 동시에 리콜했다. 한국 약 17만 대, 미국 약 130만 대가 대상이었다.

업계에서는 현대·기아차가 품질 비용 산정을 엄격하게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추가로 엔진 교환을 원하는 고객의 비율을 산정해 이번 비용에 반영한 것으로 안다”며 “소비자가 문제를 제기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 때문”이라고 말했다.

도병욱/이선아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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