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구불예금 폭등은 코로나19 위기로 시중에 막대한 돈이 풀렸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국내 통화량(M2)은 3101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5%(270조원) 늘었다. 반면 8월 요구불예금 회전율은 15.5회로 통계 집계가 시작된 1985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제주체들이 코로나19 위기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돈을 쌓아두고 있는 것이다.
‘갈 곳 없는 돈’이란 투자처를 찾아 곧 ‘움직일 돈’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초저금리와 코로나19 경제위기에 대비하기 위해선 수익률과 위험도를 함께 낮추는 게 필수다.
은행들은 1년간 요구불예금 증가분의 50% 이상이 개인의 수시입출금식 계좌라고 설명한다.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내려가면서 자금이 대거 이동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예금은행의 신규 저축성 수신금리는 연 0.89%로 사상 처음 ‘0%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개인들은 아직 초저금리에 적응이 덜 된 상태다. 김희정 농협은행 NH올백 자문센터장은 “연 3%대 수익률을 추구하는 포트폴리오를 제안하면 ‘5%대까지 올려줄 수 없느냐’는 요구를 종종 받는다”며 “5%를 맞추기 위해선 고위험 자산의 비중을 더 늘려야 해 위험도가 더 올라간다”고 말했다.
‘갈 곳 잃은 돈’ 때문에 생긴 혼란도 적지 않다. 방탄소년단(BTS)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등의 일반청약 공모엔 50조원이 넘는 자금이 몰렸다. 상장 직후 기관투자가들이 자금을 뺀 반면, 개인들은 큰 평가손실을 보고 있다. 최근 아파트 시장에서 꼬마 빌딩으로 옮겨붙은 부동산 활황세도 시중에 넘치는 유동성이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투자경험이 많은 은행 프라이빗뱅킹센터 고객들은 ‘언젠가 버블이 터질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초단기 정기예금, 머니마켓펀드(MMF), 전자단기사채 등으로 ‘방망이를 짧게’ 쥐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금고에 현금을 넣어두는 사례도 늘었다. 전문가들은 낮아진 시장금리에 걸맞게 목표 수익률을 낮추는 것이 필수라고 조언한다. 송재원 신한금융 서초PWM 팀장은 “코로나19와 미국 대선 등으로 중위험·중수익을 노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정기예금과 금, 채권, 배당주 등으로 자산 포트폴리오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대훈/송영찬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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