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칼럼은 저자의 개인 견해로 로이터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서울, 5월28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0.75%에서 0.50%로 25bp 인하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던 지난 3월 임시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50bp 인하한 지 두 달 만에 이뤄진 결정이다.
▲금통위, 효과 논란에도 추가 인하 선택
코로나19 여파로 국내외 경제가 최악의 침체를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인 만큼 금통위의 이번 결정은 '순리에 따른 것'이라는 평가를 할 수 있을 듯하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하가 시장금리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이뤄진다고 볼 때 효과 측면에선 5월보다는 7월이 적절하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게 제기됐었다.
이번에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고 7월 인하 시그널을 강하게 주는 게 오히려 시장 안정 효과는 더 클 수 있다는 것이다.
6월에는 기간산업안정기금 채권과 3차 추가경정예산 관련 국채 발행 확대 이슈가 채권시장을 압박할 가능성이 큰 만큼 '5월에 인하하고 기다리자'보다는 '7월에 인하할 테니 기다려라'가 시장의 숏 심리를 제어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는 논리다.
돌이켜 보면 이 논리는 2월에 금통위원들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내놓았던 것과 상당히 유사하다.
코로나19 확진자가 1천 명을 넘어서는 등 사태가 악화하면서 경기 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고 있었는데도 당시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당시 판단의 배경에는 2월에 금통위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결국 3월 이후 시장은 출렁일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었다. 2월에 굳이 '총알'을 낭비하지 말고 3월 장세를 본 후 4월에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게 맞는다는 판단이 금통위 내에 지배적이었다.
물론 이 판단이 완전히 잘못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3월 이후의 금융시장 흐름을 감안하면 2월에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해도 국내 시장의 혼란을 피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다만 한은의 경제 전망보다 국내외 경제 상황이 훨씬 더 나빠졌고, 결국 4월이 아니라 3월에 부랴부랴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상황으로 갔다.
한은의 통화정책 여력에는 한계가 있고, 한은이 전통적인 수단에 의존하는 통상적인 상황이라는 판단하에서 2월 결정이 내려졌지만, 3월 이후 전대미문의 장세가 펼쳐지면서 근본적인 전제가 바뀐 것이다.
2월에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3월에 추가 인하를 단행했다면 어땠을까? 이후의 상황을 지켜보며 금통위원들 입장에선 이 가정을 두고두고 곱씹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양적완화 길로 나서는 韓 통화당국
지난 13일 뉴질랜드 중앙은행은 기준금리(OCR)를 0.25%로 유지하면서 마이너스 금리 도입을 금융기관들과 협의 중이라고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뉴질랜드는 지난 3월 기준금리를 75bp 전격 인하하면서 양적완화 프로그램의 시행 가능성을 시사한 나라다.
이날 뉴질랜드의 선택이 주목을 받은 것은 이 나라가 주요국 가운데 신종 코로나19 피해를 상대적으로 적게 받았다는 점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진자도 1천 명대에서 추가 확산을 제어하는 데 성공한 데다 18일부터는 단계적으로 경제 활동도 재개한다는 방침을 세운 나라다.
금융시장의 안정 여부와 관계없이 실물경제의 시험은 이제 곧 시작이라는 판단을 했기 때문에 마이너스 금리든 양적완화든 도입이 가능하다는 게 뉴질랜드 중앙은행의 입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5일 "불을 끌 때도 조기에, 초기에 충분한 물을 부어야 빠른 진화로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다"며 "전시재정을 편성한다는 각오로 정부의 재정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와 그에 따른 기업실적 악화, 대규모 재정 투입이라는 이 사이클은 이제 시작이고 주요국 중앙은행과 정부들을 이 사실을 직시하고 있다.
금통위 역시 이 사실을 직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번에 금리 인하를 해도 6월 물량 때문에 채권시장이 더 강해지지 못하고 밀린다면 그때 또 한은이 움직일 것으로 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비전통적 통화정책의 길을 가는 걸 한은이 두려워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대규모 추경이 예고되는 현시점에 단순한 단순매입이 아니라 실질적인 양적 완화 선언과 국채 매입 역시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다고 보는 게 현실적이다.
어쩌면 한은도 뉴질랜드 중앙은행과 같은 수순을 걸을지 모르겠다. 이미 비우량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기구 설치 지원 등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단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는 데까지 내려야 한다는 논리가 일단은 작용했다.
6월에 시장 안정을 위해 정부와의 협조하에 다양한 정책을 내놓겠지만 향후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다시 기준금리 추가 인하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편집 유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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